[심일보 기자]“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중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노벨상의 야망은 돈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가 1일(현지 시각)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R&D(연구개발)에 쓰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과학계의 노벨상 콤플렉스와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특집 기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다.

우선 네이처는 우리나라의 R&D 예산 증가에 주목했다. 한국은 2014년 기준 GDP 대비 R&D 예산이 4.29%로, 기존 1위인 이스라엘(4.11%)을 앞섰다. 이는 일본(4%)과 미국(3%), 중국(2%) 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성과는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2014년 한국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인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네이쳐지는 “영국·독일·일본의 절반에 그치고, 중국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늘어난 예산이 기초과학 분야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내년 R&D 투자 비중을 5%까지 늘릴 계획이며,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대학의 기초과학 예산을 2018년까지 1조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방안도 내놨다고 전했다.

네이처는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네이처는 “인터넷 기업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면서 “하나의 사례만으로 ‘인공지능이 미래’라고 결정해 버린 주먹구구식 대응”이라고 밝혔다.

네이처는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21명 배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0명이라며 정부의 R&D 정책의 문제점을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수십 년 간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데 한국은 이 같은 투자 문화가 성숙치 않다는 게 네이처의 분석이다.

네이처는 또 참신한 연구 과제를 만들기 위해선 연구실 내 토론이 중요한데 한국은 지나치게 침묵한다며 국내 과학계 풍토도 꼬집었다.

아울러 네이처는 한국 과학계 술자리 문화가 여학생에게 불리한 ‘성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이처지는 한국 과학계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은 것은 필자인 마크 재스트로와 한국의 인연 때문이라면서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돼 자랐으며 지금은 과학 분야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쳐지는 끝으로 마크 재스트로의 말을 인용, “한국은 과학 연구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나라인 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돈으로는 노벨상을 살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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