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전남지역 한 섬 초등학교 여교사를 성폭행한 학부모 등 마을주민들이 사전에 범행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범행이 계획 범행이었는지,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사건이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해자들은 사전공모를 부인하고 있으나, 여러 정황상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전남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날 구속된 학부모 박모(49·식당업)·김모(39·식당업)씨, 주민 이모(34·양식업)씨 등 3명은 지난달 22일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30분 사이에 모 초등학교 관사에서 부임한지 3개월된 새내기 여교사를 돌아가며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혼자 식사중이던 여교사를 보고는 이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만취한 여교사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2㎞ 떨어진 관사로 바래다준 뒤 20분 남짓 성추행한 혐의다.

2∼3분 뒤 자가용으로 박씨의 뒤를 따르던 이씨는 관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중 박씨가 관사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여교사 방으로 들어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씨가 범행을 저지른 뒤인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 "교사에게 무슨일이 있을 수 있으니 가서 챙겨보라"는 박씨의 전화를 받고 관사에 도착한 뒤 추가 성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성폭행은 없었다. 식당문을 닫아야해서 서둘러 관사를 빠져 나왔다"는 입장이고, 이씨는 "교사가 식당에 놓고간 휴대전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 관사를 찾았다 성폭행했다"고 시인했다.

3명 중 마지막으로 관사를 찾은 김씨는 당초 "교사를 챙기러 갔을 뿐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정액 검출 분석표를 들이대자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3∼4가지 정황상 공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강수사에 나선 상태다.

우선, 가해자 3명이 시차를 두고 마을과 동떨어진 관사를 찾아 1대 1 상황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점, 범행 전후로 전화를 주고 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또 술자리에 차례로 동참한 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교사에게 수 차례 술을 권해 구토하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든 점과 술자리 중간중간 식당을 들락거리며 무언가 대화를 나눈 사실도 미심쩍은 정황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마을 지리나 사정에 밝고, 관사가 파출소로부터 떨어져 있는 점, 관사에 폐쇄회로(CC)-TV나 비상벨 등 안전 장치가 없고, 4명이 공동생활하는 관사에 범행 당일 여교사 1명만 남은 사실도 의도된 범행을 부추기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사실에서 한 발짝 나아가 공모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여러 정황상 공모의 흔적들이 있어 팩트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낙도·오지 여교사 근무실태 파악 시급

한편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20대 여교사가 기피지역 학교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서벽지 학교의 교사배치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서벽지 교사 구성은 승진가산점제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도서벽지 근무를 기피한다. 열악한 생활여건뿐 아니라,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 보듯 낙도와 오지에서 근무하는 여교사들이 많은데다 보안이 허술해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도서벽지 지역 학교를 관할하는 시·도교육감들은 교육감이 부여하는 선택가산점을 통해 도서벽지 근무를 유도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도서벽지근무 가산점을 축소하면서 신규교사와 기간제 교사 배치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포천의 한 학교는 새로 발령난 초등교사 104명 중 91.3%에 달하는 95명이 신규교사다.

배동인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워낙 여교사 비중이 높아 여교사는 신규교사라 하더라도 도서벽지에 발령을 내는 경우가 생긴다”며 “여교사 배치 시 경력 등을 감안해 발령을 하는 등 합리적 대안 마련을 각 교육청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7일 전국시도교육청 관계자를 소집해 각 지역 도서벽지 학교와 교사배치 현황, 관사관리실태 제출을 지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전국 도서지역 관사 관리실태를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누리꾼 격분 "짐승만도 못하다"

한편 최근 발생한 전남 한 섬마을의 20대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라는 댓글에는 1천개가 넘는 공감이 달렸고, "해당 지역 여행 계획 취소"라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여교사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의 절규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네티즌은 "학부형과 조카가 강제로 술을 권해 취하게 만들었다"며 "취한 여자친구를 윤간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상히 고발했다.

또한 그는 "담담하게 있어주는 여자친구가 고맙다"고 따뜻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해 신뢰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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