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어선 단속 작전나선 군·경
[심일보 기자]중국 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불법 조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강 하구까지 들어와 한국 경찰과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새다

이에 민정경찰이 나서 중국 어선 퇴거 작전을 벌이고 있고, 지난 14일엔 한강 하구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했다. 그럼에도 중국 어선은 한강 하구 출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연평도 상황은 더 심각하다. 300척가량의 중국 어선이 상주하다시피하며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 군과 경찰은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최근 군경이 강력하게 대응하는 조취를 취했지만 중국 어선은 그때만 물러섰다 다시 NLL을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나포한 배에 있던 중국 선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4월 초 랴오닝 성 둥강에서 출항해 NLL을 따라 한강 하구에 들어왔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낡은 목선에서 선원들은 어떻게 두 달간 한 번도 귀항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으며 잡은 생선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공해상에 대기하는 모선(母船)이 어선들에 식량과 물을 주고 선원들이 잡은 생선을 받아서 돌아간다고 한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인 셈이다.

참다 못한 어민들이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우리 군경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차단하기보다 NLL에서의 충돌을 더 우려하며 연평도 어민들을 만류하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걸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것은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막무가내로 자행하는 배경과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 어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나라 수역에서 조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 수역에서 물고기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큰 대륙만큼이나 긴 해안선을 자랑하는 중국은 알아주는 수산대국이었다. 산둥 성 라이저우 만, 톈진 보하이 만, 랴오닝 성 랴오둥 만 등 3개 해역은 최고의 황금어장이었다. 광둥요리의 주재료인 각종 어류와 새우가 넘쳐났고 전국 해산물의 40%가 이곳에서 공급됐다. 그런데 항만과 공장 건설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오염, 무분별한 남획, 생활폐수 유입으로 중국 연안은 죽음의 바다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늬 대응은 왜 이리 소극적인가

일각에서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화담에서 NLL을 양보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남북 경계선과 다름없는 NLL을 노 전 대통령이 무력화함으로써 NLL 이남 지역을 북한 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NLL 일대 조업권을 중국에 양도함에 따라 중국 어선이 거침없이 한강 하구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 전 대통령 사람들은 “NLL 포기는 없다”며 ‘서해공동수역’ ‘남북평화수역’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엔 “사실상 NLL 포기와 다름없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이 불법 조업을 넘어 남ㆍ북ㆍ중이 충돌하는 서해에 수산물을 집합ㆍ이전하는 간이시설인 ‘수산 물량장(物揚場)’을 조성하거나 인공섬을 구축해 서해 수산자원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은 서해 수산 물량장 건설에 대해 상당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NLL 인근에 중국의 물량장, 인공섬이 건설되면 사실상 서해 영해(영토) 수산 지배권을 중국이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르면 중국 어선의 NLL 일대 불법 조업이나 한강 하구 진출은 지극히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북한과 중국이 손잡고 서해 꽃게 등 수산자원을 싹쓸이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게 현재 정부 당국의 모습이다. 나아가 서해를 지배하려는 북중의 움직임에 대해 이해나 대응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매년 확장되면서 연평도 어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국 어선이 출몰하는 지역은 대표적인 꽃게 어장으로 해마다 4~6월이 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려 최근 몇 년간 이 지역 꽃게 어획량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4월 꽃게 어획량은 575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 올해 1~4월 누적 꽃게 어획량도 66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07t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급격히 늘고 있다. 2013년 4∼6월 서해 NLL 인근 해역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총 1만5560척이었지만 2014년에는 1만9150척(하루 평균 212척)으로 늘었다. 2015년에는 2만9640척(하루 평균 329척)으로 2년 만에 100%가량 급증했다.

중국 입장에서의 한국 조업은 고위험 고수익 비즈니스다. 한국 바다에만 들어서면 새우 꽃게 물고기가 잡히는 것이다. 단속에 걸리면 막대한 벌금을 내지만 단속망만 피하면 수익이 짭짤하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태풍 시즌에 맞춰 한국 바다에 간다는 얘기는 왠지 짠하게 느껴질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꽃게 최대 수확지인 연평도의 어민들은 꽃게잡이보다 중국 어선에 더 신경을 쓴다.

해양 오염과 남획은 중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찰스 클로버가 쓴 르포 ‘텅 빈 바다’는 사람들이 바다 생태계에 저지른 끔찍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책을 읽고 나면 생선을 먹고 싶지 않다. 인류는 사람에게 필요한 어획량의 40배를 잡아들이고 있으며 이 추세라면 2040년 바다는 텅 비게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2014년 보고서에서 지구 어류자원의 29%가 한계를 넘어 남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선단이 휘젓고 지나간 자리에서 북대서양 대구가 멸종되다시피 했고 태평양 참다랑어도 같은 운명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 바다에서도 그 흔하던 명태가 사라져 지금은 정부가 명태에 현상금을 내걸고 있다.

중국이 서해 영해를 지배하려는 계획이 전해지고, 북한이 NLL 긴장의 파고를 높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과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