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영국의 EU탈퇴, 즉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였다. 투표 당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고브의 조사에선 잔류가 52%, 탈퇴가 48%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세계증시도 안도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투표가 진행될수록 '잔류'의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뒤집을수 없은 정도로 표차이가 벌어졌고 탈퇴는 사실로 굳어졌다. 세계 증시도 폭락하는 등 깊이를 가름하기 어려운 충격에 빠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이탈 지지표가 잔류 지지표를 상회하는 것이 확실시 됐다고 BBC 등 현지 언론이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89.79% 개표 결과 이탈 지지는 51.80%로 잔류 지지의 48.20%에 3.60%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U 회원국 가운데 EU를 떠나는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그간 통합과 확대를 거듭해온 EU은 출범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에 70%가 넘은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잔류파보다 탈퇴파가 더 많이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투표율이 65% 이상이면 잔류가 우세할 것이란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었다.더군다나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의 피살사건으로 여론 흐름이 반전되는 듯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영국은 왜 탈퇴를 선택했나

영국인을은 왜 이토록 EU탈퇴를 갈망했을까.

우선 영국은 '유럽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유럽 다른 국가들과 달랐다. 영국은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운 터라 유럽으로 묶이는 것 자체가 탐탐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958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창설됐지만 정작 영국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뒤늦게 입장을 바꿔 가입신청을 했을 때는 프랑스 샤를 드 골 대통령이 거부했다. 드 골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73년에서야 영국은 ECC에 가입했다.

2년 후 영국은 ECC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투표율를 실시한바 있다. 그때는 잔류로 결정됐지만 두번째 투표에선 탈퇴로 결론이 났다.

애초 EU와 거리를 뒀던 영국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이번 투표 결과는 예견된 것으로 볼수도 있다. 사실 영국의 브렉시트 논란은 경제문제와 정치적 문제가 뒤섞여 있다.

EU 탈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는 저소득 고령층의 반이민 정서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일자리가 줄고 임금도 하락했다는 불만이다.

영국런던에 있는 유로저널 김훈 사장은 "경기 전반이 어려운데다 이민자들이 늘면서 이른바 3D업종의 임금이 반토박 나고 이에 따라 저소득, 저학력, 젊은층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마다 EU에 내는 분담금만 31조원이 넘고 이민자들에게도 복지를 제공하느라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도 불만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예전의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도 한몫했다. EU내 발언권이 가장 큰 독일이 정책을 주도하고 영국은 끌려다니는 것도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영국이 실제 탈퇴를 하면 당장은 얻는게 많지만 장기적으론 잃는 게 더 많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으로 이익을 보고 뒤로는 손해 보는 장사라는 것이다. 일단 EU라는 단일시장을 잃을 수 있고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서의 지위도 위태로울 수 있다.

파운드 폭락과 함께 런던에 있는 주요 금융회사들이 독일 등 다른 나라로 떠날수 있기때문이다. 유로저널 김훈 사장은 "금융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영국인데 브렉시트가 되면 주요 금융기관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의 국내총생산 GDP가 최악의 경우 4.5%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고, 영국 재무부는 향후 2년간 집 값이 10% 떨지고, 실업자가 52만 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영제국을 꿈꾸는 탈당파들의 바람과 정반대로 영국연방이 해체돼 영국이 작은 섬나라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

EU 잔류를 원하는 스코틀랜드 집권 여당은 이미 브렉시트 결정때 독립을 재추진 하겠다고 공언했다. 북아일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의 도박에 대한 손익계산서는 수십 년 후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영국은 EU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각국과 무역협상을 벌여야 한다. 영국은 오는 28~29일 예정한 EU 정상회의에서 EU 탈퇴를 정식 통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EU는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면서 약 2년 동안 이탈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캐머런 영국 총리, 사퇴 압박 커져

한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정치적으로 궁지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됐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디펜던트, BBC 등에 따르면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전 대표는 이날 캐머런 총리는 이번 국민투표 중 약자를 괴롭히고 협박하는 선거전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캐머런 총리가 이번 국민투표에서 실패하면 그가 어떻게 총리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레임덕(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의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이 시작될 것이다. 발이 없어 불안한 오리가 될 것”으로 경고했다.

앞서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담당 존 맥도널 의원도 캐머런 총리의 사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총선 전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워 보수당의 승리를 이뤄냈지만, 영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세계무대에서 영국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EU 탈퇴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앞서 지난 22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치열한 브렉시트 선거전을 거치면서 정치생명을 위협받게 됐다.

WSJ은 캐머런 총리가 빠르면 24일 사임을 선택하거나 불신임 투표를 통해 보수당 대표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 패닉 세계시장 "와르르"

세계시장이 일제히 주저앉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여론조사와는 달리 “탈퇴”표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

382개 선거구 중 325곳의 개표가 종료된 오전 5시 현재 "탈퇴"와 "잔류"표는 각각 51.6%와 48.4%를 기록하고 있다. ITV 뉴스는 "탈퇴" 가능성이 80%를 넘는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파운드화는 9.5% 폭락했다. 유로화는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인 엔화가 2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투표 당일인 23일 "잔류" 우세를 점치는 여론조사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영국의 파운드화는 24일 오전 한때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을 넘어서는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12시23분 현재 파운드화는 9% 폭락한 1.3538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장에서 파운드화는 지난해 12월 이래 최고치인 1.50달러를 돌파했었다. 파운드화는 이날 장중 한때 1.3467달러까지 떨어지면서 198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는 달러대비 5.8% 폭등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는 파운드 대비로는 12%나 올랐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가 한때 99엔대를 기록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달러당 엔화가 100엔 아래로 내려간 것은 2년 7개월 만이다.

유로화는 3.1% 하락세를 보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5.8% 폭락했다.

세계증시도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다. FTSE 100 지수 선물과 S&P 500 선물은 각각 7.5%, 3.2% 폭락했다. MSCI아시아태평양지수는 1.6% 떨어졌다. 일본 토릭스 지수 역시 3.2% 하락했다. 홍콩의 항생지수는 3% 떨어졌다.

ETX 캐피탈의 거래 담당 책임자인 조 런들은 “파운드가 전례 없는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검은 수요일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라면서 “시장의 민감함이 느껴진다. 만일 ‘탈퇴’ 로 결론이 난다면 지금의 폭락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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