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버리 페스티브 기프트 컬렉션
[김선숙 기자]"고객들에게 엔화는 당분간 매입만 가능하고 매도는 할 수 없습니다“

26일 명동 A환전소 창구 앞에 붙은 문구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달러·엔화 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명동 사설환전소 일대에 벌써부터 엔화 사재기 조짐이 일고 있다.

이날 일부 명동 환전소에서는 추가 엔화 값 상승을 기대한 '엔화 사재기' 움직임이 뚜렷이 감지됐다. C환전소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A환전소처럼 "당분간 엔화는 매입만 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이씨는 "지금 시장 흐름에서 보면 엔화를 계속 쌓아서 은행에 되팔면 더 큰 수익이 난다.

우리뿐 아니라 주변 환전소에서도 엔화 대량거래를 꺼려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1만~2만엔 정도의 소액 거래는 쉽게 성사됐지만 명동 환전상 서너 곳에서는 10만엔 이상 거래는 "지금 팔 수 있는 엔화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인근 종로 귀금속 상가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골드바 등 금 제품을 사들이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날 귀금속 도·소매 매장들이 밀집해 있는 종로 귀금속 거리 매장들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금 매입·매도 문의가 이어졌다.

귀금속매장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B업체 대표는 "금을 매입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평소 주말 대비 10% 정도 늘어났다"며 "그저께부터 금값이 갑자기 오르면서 100여 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20돈 골드바 가격을 문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100돈짜리 금괴 가격을 문의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렉시트발 충격 속에서도 명동 일대 상인들은 급격한 엔화 변동성이 그간 움츠러들었던 일본인 대상 상점들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명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는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명동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장사에 애를 먹었다"며 "엔고가 당분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듣고 명동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시장에도 감지되도 있다. 유럽산 명품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샤넬은 유로화 약세가 깊어지고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자 같은 제품의 유럽과 아시아 국가 가격차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을 20%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명품 가격을 정하는 요소 중 환율 변동 외에도 다른 변수가 많고 환율 급등락이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기에 가격 조정이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버버리 등 영국 브랜드의 가격 변동 방향을 짐작하기가 더 어렵다는게 업계에 중론이다.

반면 기대를 표하는 유통업계도 있다. 면세점이다. 브렉시트로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면 일본의 엔화 가치는 상승하며 일본 면세점 내 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일본 면세점은 가격을 엔화로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상품 가격을 달러로 표시하기 때문에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면세점은 보통 미리 상품을 구매하며 달러, 유로 외에도 원, 홍콩달러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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