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최저임금이 28살을 맞았다. 최저임금은 1988년 도입돼 28년동안 조금씩 성장해왔다.

그러나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에 진입한 한국의 최저임금은 아직도 '안착'되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최저임금의 도입 목적인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은 어떻게 도입되었나?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안전장치인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1953년부터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와 제35조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뒀다.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사회부는 필요에 의해 일정한 사업 또는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하여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법조항은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실제로 운용하지 않았다.

1970년대 초중반, 박정희 정권에서 지나친 저임금 문제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직후였다. 이때까지 정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지나친 저임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결국 '이만하면 최저임금을 도입할 때가 됐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다시 10여년이 지난 1986년이었다. 저임금의 제도적인 해소와 노동자에 대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최저임금제의 도입이 불가피해졌고, 우리 경제도 이 제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도입하는 법안은 1988년 1월1일부터 실시됐다. 이때는 '최저시급'이라고 표현했으며, 금액은 462원이었다. 참고로, 당시 담배한값의 가격은 600원이었다고 한다. 한시간을 일해도 담배 한갑을 사지 못하는 금액이었다는 이야기다.

또 1988년 시행 당시 최저임금은 제조업 상시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만 적용됐다. 모든 산업에 적용이 확대된 것은 시행 후 2년이 지난 1990년이었고, 5인 이상 상시노동자로 확대된 것은 10년이 지난 1999년이었다.

모든 산업,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돼 사실상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된 것은 2001년 9월부터였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은 임금 중 어느 항목에 적용되는 것일까. 최저임금은 대체로 통상임금에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식대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최저임금 적용=통상임금'이라는 등식이 맞지 않게 됐다.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최근 통상임금에 포함된 식대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에 식대와 상여금을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동계는 그럴 경우 최저임금이 오히려 하락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의 변천사, 1988년 2시간 일해야 자장면 한 그릇

앞서 이야기한대로 1988년 첫 최저임금은 462원이었다.1988년 당시 담배한값에 600원, 브라보콘이 2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보다 실질가치가 낮게 책정되었다고 볼수 있다.

당시 최저임금과 물가를 비교해보면 1988년 기준 보통 700원 정도 하던 짜장면은 1.5시간 동안 일해야 먹을 수 있었고, 2500원짜리 '빅맥 세트'는 5시간을 일해야 구매할 수 있었다.

28년동안 최저임금은 꾸준히 올랐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최소 2.7%에서 최대 29.7%까지 올랐다.

이를 자세히보면 1988년 1그룹 462.50원, 2그룹 487.50원으로 구분됐던 최저임금은 1년만인 1989년에 600원으로 통합됐다. 인상률은 1그룹 29.7%, 2그룹 23.7%로 매우 높았다. 이는 애초부터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인상률이었다.

이후 최저임금은 10% 내외에서 상승했다. 한국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90년대 초반의 인상률이 가장 컷는데 1990년 15%, 1991년 18,8%, 1992년 12.8% 1994년 8.4%가 올랐다. 4년만에 최저임금이 두배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같은 상승추세는 1997년 경제위기까지 계속됐다.

한국에 경제위기가 닥친 1997년 최저임금 인상은 6.1%로 꺾였고, 다음해인 1998년에는 2.7% 인상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9년에도 4.9%인상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시기인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다. 이 때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했던 시기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의지도 높았던 때로 볼 수 있다.

2000년 16.6%를 대폭 인상한데 이어, 2001년에는 12.6%, 2002년에는 8.3%, 2003년 13.1% 등 매년 10%를 웃도는 인상률을 보였다. 2000년부터 노무현정부가 끝난 2009(2008년 결정)년까지 최저임금은 1865원에서 4000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그 이후 최저임금은 5% 내외에서 인상되고 있다.

◆저소득 해소는 '글쎄'…최소한의 '안전장치'

최저임금이 도입된지 28년이 지났지만 저임금 해소라는 도입 취지보다는 지나친 저임금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줄곧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의 25% 수준,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는 노동자 생계비의 70% 금액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정하면서 "대폭 인상하자", "이미 충분하다"는 평행선에 가까운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1988년 첫 도입 당시 462원었던 최저임금이 6030원이 된 지금까지 반복되는 논쟁이다.

30일 최저임금위원회외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1988년부터 현재까지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의 21%~35% 수준을 보여왔다. 또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는 노동자 생계비와 비교하면 최저임금은 47% ~ 85% 금액에 머물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에 비해 어느 정도의 비율인지를 보면, 최저임금은 처음으로 도입된 1988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25%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첫 최저임금 462원의 월 환산액은 11만4000원으로, 이는 전체 노동자 임금 총액 평균 44만6370원의 25.5%에 불과했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최저임금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97년이다. 이때 최저임금은 시급 1400원, 월급 31만6400원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총액 평균 145만1513원의 21.8%에 그쳤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다른 노동자 평균 임금총액의 1/5에 불과한 월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후 최저임금이 꾸준히 오르면서 이같은 격차도 다소 줄어왔다. 2012년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0.1%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35.3%까지 쫓아왔다.

그렇다면 혼자 살면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이 통계는 최저임금이 적정한지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꼽힌다. 미혼 독신 노동자의 생계비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른 '미혼단신근로자 생계비'와 최저임금을 비교하면 1988년 '미혼단신근로자 생계비 대비 최저임금 충족률(생계비 충족률)'은 79.8%였다.

1990년대 후반까지 미혼 독신 생계비 대비 최저임금은 85% 안팎을 보였다. 다소 부족하지만 혼자서 산다면 최저임금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1997년 88.2% ,1988년 85.6%까지 올랐던 생계비 충족율은 1999년 76.6%로 떨어졌다.

2000년에는 69.6%로 떨어졌고, 2003년에는 47.2%로 역대 최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의 생계비 충족율은 2004년에는 50.0%, 2006년에는 50.4%에 불과했다. 이후 2007년 62.8%로 오른 생계비 충족율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2014년 70.1%를 기록했다.

참여연대 최재혁 경제노동팀장은 "경총에서는 혼자서 살면 103만원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현실적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독일이나 미국 등에서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추세인데, 그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영세업주의 장사 힘든 이유는 인건비 아니라 임대료 부분이 크고, 정부에서 고용하는 사람들조차 최저임금을 못받는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최저임금을 인상하냐의 문제보다 사회와 산업전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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