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지방경찰청 고위 간부의 아들인 한 경찰관이 승진 축하주를 마신 뒤 20대 여성들과 시비가 붙어 경찰 신분증까지 빼앗긴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경찰은 현재 대기발령된 상태에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9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시께 최근 승진한 대전의 한 경찰서 소속 A경장이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귀가중 편의점 앞에서 흡연을 하는 여성 4명에게 "미성년자 아니냐, 왜 담배를 피우느냐"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왜 신분을 확인하냐"는 여성들의 항의에 A경장은 자신을 신분증을 보여줬다. 이에 2명은 신분증을 제시했지만 나머지 2명은 “정말 경찰이 맞냐”며” 끝까지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았다.

A경장은 나머지 2명에 대한 신분증을 요구하고 여성들이 거절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A경장은 여성들에게 신분증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후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여성들에게 일단 귀가하고서 다음에 조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분을 삭이지 못한 여성들이 택시를 타고 지구대를 찾아가 "A 경장이 2차례에 걸쳐 어깨를 툭툭 쳤다.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A경장의 신분이 경찰임을 확인했다.

감찰과정에서 4명의 여성중 2명은 18~19세 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다음날 오후 경찰에 ‘사건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합의서가 접수됐지만, 경찰 내부에선 술에 취해 민간인에게 '신분증 제시' 등을 요구한 A 경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A경장과 여성이 서로 신분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일이 커진 것 같다”며 “ A경장이 청소년 선도 업무를 하는 여성청소년과에 있다 보니 미성년자로 의심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것이지만 음주상태서 욕설 고성 등 경찰품위유지 위반 사실로 현재 대기상태에 있다. 자세한 내용은 감찰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 감찰 관계자는 "A 경장이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다 보니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줄 알고 계도차원에서 말을 걸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가 경찰 고위 간부라서 봐준다는 비난을 미리 방지하려고 비슷한 사례보다 더 강력한 조처인 대기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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