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병호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 2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첫 MLB시즌 3개월 만에 찾아온 시련이었다. 타격 부진 끝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를 둘러싸고 최근에는 현지 매체에서 부상설까지 제기됐다.

그는 3월 시범경기에선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서 가장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3홈런을 날리며 KBO리그 홈런 타자의 힘을 빅리그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지난 겨울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간 코리안 빅리거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당시 이대호는 스플릿(마이너 옵션) 계약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상황이었다. 또 김현수는 시범경기 성적 부진으로 벅 쇼월터 감독과 구단 경영진의 눈 밖에 난 처지였다.

반면 당시 박병호는 "힘은 통한다"는 걸 인식시키면서 미네소타의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아갔다. 시범경기를 마친 후 박병호는 미국 언론들이 뽑은 신인왕 후보에도 올랐다.

박병호는 이번 달 포함 5개월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볼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 시작 후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박병호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이대호와 김현수는 빅리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은 셋업맨에서 출발, 마무리 보직을 맡고 있다.

박병호는 현재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9일 현재 로체스터에서 5경기에 출전, 타율 2할2푼2리, 출루율 3할3푼3리, 장타율 2할2푼2리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없었다.

그런 그를 둘러싸고 현지 매체에서 부상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가 타격에 영향을 주는 부상을 겪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소식을 알리는 '트윈스 데일리'는 9일(한국시간) '박병호의 부진이 시즌 내내 지속하는 부상과 관련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전날 열린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로체스터 레드윙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리하이밸리 아이언피그스의 경기를 중계하던 리하이밸리의 아나운서들이 한 이야기를 토대로 박병호의 부상설을 전했다.

한 아나운서는 이날 경기에 결장한 박병호를 언급하면서 "저쪽 팀에 있는 거포 박병호는 경미한 손 부상을 겪고 있다. 그는 라인업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다른 아나운서는 "내가 들어도 될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로체스터의 코치 중 한 명이 '박병호가 시즌 내내 이어질 손 부상을 당했다'고 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상은 스프링캠프에서 시작했고 그는 현재 방망이를 스윙할 수 없다. 그는 방망이를 손에 쥐고 있을 수도 없어서 그만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네소타의 마이너리그 운영 담당인 브래드 스테일은 방송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그는 "박병호는 손을 다치지 않았으며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손 부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손목에 통증이 조금 있지만 그 때문에 경기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시즌 내 이런저런 잔 부상을 겪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휴식과 관리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병호가 지금 힘든 시기를 맞았지만 그걸 통해 많은 걸 배우게 될 것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마이너리그에서 매일 경기에 출전하면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박병호는 10일 스크랜튼전에서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그는 빅리그 62경기에서 12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엄청난 비거리를 보여준'파워'는 검증이 된 셈이다. 그러나 타율 1할9푼1리, 출루율 2할7푼5리로 낮다. 파워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150㎞가 넘는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면서 타격 밸런스가 깨졌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면서 반응 속도가 떨어졌고, 그의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 차례 찾아온 슬럼프를 스스로 이겨내지 못했다. 미네소타 구단의 상황도 좋지 못했다. 시즌 시작부터 이어진 연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맨 밑바닥을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병호에게 꾸준히 신뢰를 보냈던 폴 몰리터 감독(미네소타)도 팀 성적을 위해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병호를 마냥 빅리그 로스터에 둘 수 없었다.

이제 박병호가 실력으로 다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 보일 차례다. 그는 KBO리그에서도 LG 트윈스에서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후 국내 최고의 슬러거로 우뚝 선 경험이 있다.

박병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후 미네소타는 8경기에서 5승3패를 기록했다. 미네소타는 9일 현재 30승56패로 AL 최저 승률이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고 있는’ 모습에서 ‘한껏 멀리 뛰는 개구리’로 다시 돌아와 주길 국내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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