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진경준 검사장
[김홍배 기자]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에 오르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후배 검사의 조사를 받다 뇌물수수 혐의로 한 밤중에 긴급체포 된 것은 결국 탐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검사장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2014년 길거리 음란행위를 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에 이어 두번째다. 1999년 진형구 전 검사장(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으로 긴급체포됐으나 당시는 의원면직된 상태여서 현직 신분은 아니었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오전 10시께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 13시간 만인 오후 10시55분께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받은 4억2500만원의 넥슨 주식 매입 자금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특임검사팀은 전날 김 대표 조사 과정에서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건넨 경위를 추궁한 결과 '보험' 차원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돈을 빌려 넥슨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가 1년 뒤인 2006년 11월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다시 넥슨재팬 주식을 산 것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 검사장이 김 대표 측으로부터 고가의 차량을 제공받은 것도 뇌물로 간주하는 등 포괄일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일죄는 동일한 범죄가 수차례 반복될 경우 이를 하나의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으로 마지막 범죄가 끝난 시점을 공소시효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10년에 불과해 애초엔 진 검사장이 2005년 주식을 사들인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포괄일죄 개념을 적용해 사법 처리키로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 부산지검에 근무하며 사무실 컴퓨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하고 업무시간에 온라인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검사로서 업무 처리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모범적인 공직자 처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근무 당시 교류하던 지역 유지들에게도 “돈 욕심이 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탐욕은 올해 3월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4억2,500만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되팔아 126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진 검사장이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48) NXC 회장과 서울대 동기라는 사실과 함께 거래가 드문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주식매매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검찰 역시 공소시효나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못 박아 최소한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진 검사장의 거짓말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진 검사장은 13일 이금로 특임검사팀에 제출한 자수서를 통해 “주식 매입대금은 김 회장 측에서 무상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4억원대 주식을 사실상 뇌물로 받았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가 2005년 주식을 공짜로 받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넥슨과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꾸밀 정도였다면, 자수서 제출도 의심쩍다는 시각이 많다. 2009~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 한진그룹 내사를 종결하는 대가로 처남 회사에 일감을 제공하도록 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지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실토했다는 분석이다. 즉 공소시효가 지난 일부 사실만 시인해 다른 범죄 혐의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검찰이 14일 밤 진 검사장을 긴급체포 하면서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 검사장의 끝없는 거짓말에 충격을 받은 검사들 사이에서는 “꼼수로 시작해 꼼수로 끝났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진 검사장과 같이 일했다는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탐욕에 꼼수와 거짓말이 더해지면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검찰은 이르면 15일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네 김 대표의 사법처리 방침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진 검사장은 이날 특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죄송하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자신의 죄를 사실상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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