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기자]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본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 제기로 야당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우 수석은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고,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브로커 이민희씨에 대해 "3명 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내가 하지 않는 일에 대해 상식적으로 그런 것(정무적 책임)은 안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 등에서)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제가 좀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했다.

우 수석은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결백을 주장하면서 때로 목소리를 높였고 책상 위에 있는 신문을 들어 책상을 치기도 했다.

한편 우 수석은 이번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문제는 이 사건에 쏠린 국민 시선과 민정수석 자리의 막중함을 생각할 때 최대한 빨리 진실이 가려져야 하겠지만 이를 위해선 관련자들의 통신·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인사권 등 검찰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이 자신의 의혹을 강도 높게 부정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검찰이 우 수석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사 결과를 내놨을 경우 국민이 이를 믿어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특임검사나 특별감찰관에게 수사·조사를 맡긴다 해도 비슷한 고민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우 민정수석이 변호한 사건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靑민정수석 된 후 올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변호사 신분으로 2014년 수임한 한일이화(현 서연) 대표의 형사사건이 올해 2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사건은 1심에서는 핵심 혐의 모두 유죄가 선고됐었다.

서울동부지검은 2013년 3월 1700억 원대 배임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자동차부품 업체인 한일이화 유모 회장(57)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일이화가 중국에 설립한 강소한일의 가치를 430억 원대로 저평가한 뒤 유 회장이 자신의 개인회사를 동원하여 헐값에 인수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2014년 1월 선임계를 내고 변호에 나선 우 수석은 동부지검 측에 “배임 액수를 ‘액수 불상’으로 바꿔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은 민정비서관에 내정된 같은 해 5월 사임계를 제출했고,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1월 23일 유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신문은 이후 유 회장은 “검찰의 강소한일 가치 평가가 잘못됐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수사 검사가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서울고검 검사 한 명이 맡는 등 석연치 않은 공판 관리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서울고법은 올 2월 배임 등 주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분식회계에 대해서만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우 수석은 지난해 1월 민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어쨌건 ‘우병우 로비의혹’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분노에 가깝다. 왜냐하면 그들이 들이대는 법과 국민이 느끼는 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