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지난 1982년 야간 통행금지와 함께 등장한 편의점이 ‘비싼 슈퍼’에서 ‘현대판 만물상’ ‘1인 가구의 냉장고’로 변신하며 주택·상가 가릴 것 없이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만큼 한집 걸러 한집이 생겨날 정도로 ‘편의점 전성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없는 것 말고 다 있다‘는 편의점은 갈수록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1인가구 시대 '맞춤형 변신' 편의점

편의점 매출 상위 품목은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오전에는 커피가 잘 나가고 점심에는 도시락이 간판 상품이 된다. 맥주는 저녁 시간에 잘 팔린다. 심야엔 의약품과 자동화기기(ATM)를 찾는 사람이 몰린다.

아침에 카페이던 편의점이 점심 때는 식당이 됐다가 저녁엔 호프집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때에 따라 은행 역할도 한다. 편의점은 24시간 얼굴을 바꾸며, ‘24시간 사회’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서울 무교동에 있는 세븐일레븐 무교YG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43세)는 “점심 때는 식당으로 변합니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팔리는 식품 중 도시락이 40%를 차지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뒤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편의점은 점심 때 혼밥족의 1인 식탁으로 변한 편의점은 퇴근 시간 무렵에는 우체국이나 물류센터가 된다. 택배 수거 시간인 오후 6시 전 물건을 부치는 이들이 몰려서다.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온라인 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찾아가는 직장인이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아예 배송 주소지를 편의점으로 하는 경우도 꽤 있다. 편의점에서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매년 늘고 있다. 상반기 CJ대한통운의 편의점 택배 물량은 작년보다 13% 증가한 850만상자를 기록했다.

◇한 집 걸러 편의점...본사만 배불려

이처럼 편의점이 '맞춤형 변신'을 거듭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실상은 것보기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신촌에서 3년간 편의점을 운영해온 김모(40)씨는 “얼마 전부터 근처에 편의점이 생겨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경 100m 이내 바로 정면에 다른 브랜드의 점포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 동안 김씨의 편의점은 한 달 평균 매출 300만원에서 70만원 이상 매출이 줄었다.

요즘 유통가에서 속된 말로 편의점 본사만 잘된다는 말이 있다. 한 블록 건너 편의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익은 편의점 본사만 보고, 가맹점주들은 출혈경쟁에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나날이 번창하는 편의점 본사에 비해 점주들은 뼈골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편의점 수는 3만개를 돌파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1만 106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1만40개로 나란히 1만 점포 시대를 열었다. 세븐일레븐은 8227개 점포다. 매출 측면에서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을 비교해 보면 CU와 GS25가 4조원대, 세븐일레븐은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점포수가 늘면서 개별 가맹점주들은 신음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가 지난 2011년 2300여명에서 올해 1900명으로 줄었다. 한 점포당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인구 대비 2500명 당 점포수가 1개 정도다. 그동안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브랜드력을 키우며 편의점 본사는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가맹점주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종열 가맹거래사는 “편의점은 상품구성이나 이벤트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거리제한 없이 출점하면서 본사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어디에 출점해도 이익이 나고 있는 구조”며 “본사가 가져가는 이익 배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5월부터 2개월 동안 과거에 편의점을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1%가 편의점 운영에 만족하지 않았다. 계약기간 종료 후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도 95.3%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편의점 운영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낮은 수익과 본사에 지불하는 과다한 로열티 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