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개통 전부터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지속해서 받았던 인천지하철 2호선이 개통날 전력공급 중단 등으로 6차례 운행이 중단된데 이어 3일 또 고장이 발생,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인천교통공사는 3일 오전 5시55분쯤 인천시청역에 도착한 인천지하철 2호선 전동차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이 열리지 않자 승객 중 한 명이 전동차 내부 비상 스위치를 눌러 출입문을 강제로 열어 탑 승객 30여명이 전동차 밖으로 나왔다. 전동차 안에는 안전 요원 1명을 탑승해 있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은 전동차는 곧바로 차량기지로 이동시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이 열차는 오전 6시5분까지 10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러한 사고가 이미 ‘예견된 사고’라고 밝혔다.

◆“장애인은 위험하니 조심해 타세요”

특히 인천지하철 2호선의 경우 장애인 등 교통약자 편의시설이 덕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참세상’에 따르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인천장차연)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이틀간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27개 지하철 역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역사 중 단 한 곳도 적정한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비상용 대피로, 장애인 화장실 비상통화장치 등 170개 편의시설이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

먼저 승차장의 경우 열차와 간격이 모든 역사에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이 정한 장애인 승차장 기준인 5cm를 넘었다. 간격이 10cm를 넘는 역사가 4곳이나 돼 휠체어나 발이 빠질 위험이 높았다. 재난 시 승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설계된 선로 대피로도 27개 역사 모두 폭이 30cm에 불과해, 장애인들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인천지하철 2호선은 환승역 30초, 일반역 20초 후에 자동으로 문이 닫히도록 설정돼, 상대적으로 승하차 시간이 긴 장애인이 문에 끼는 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았다. 인천장차연은 이날 조사를 진행한 장애인들도 실제 열차를 타던 중 이러한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역사 내 편의시설도 장애인들에게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27개 역사 중 3개 역사를 제외하고는 개폐 시간이 20초 이내였다. 특히 인천시청, 인천대공원 등 10개 역사는 문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10초로,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리다가 끼임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시설은 어떤 역사에도 설치되지 않았다.

승차권 발매기도 전 역사가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한 위치에 놓여 있었고, 장애인화장실에 있는 비상통화장치도 13개 역사에서 장애인들이 누르기 어려운 위치에 설치됐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 점자 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역사는 11곳, 역무원 안내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역사도 10곳이나 됐다.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전 25일 시승식에 참여했던 인천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2호선 열차의 속도가 빠르고 열차 내 안전봉이 없어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장애인들은 인천지하철 2호선 열차 뿐 아니라 역사를 이용하는 전 과정에서 위험하고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천시는 지난 1일 인천 지하철 2호선 편의시설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겁나서 못 타겠다”

그러나 이 뿐이 아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이 출퇴근 직장인과 통학 학생 등 휴일 주말보다 훨씬 많은 승객이 몰릴 평일 운행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 운행 첫날 승객 숫자를 집계한 결과 총 10만 5639명으로 나타났다. 예측치 10만 8000명의 97.5%에 해당하는 숫자다.

다른 지역 도시철도의 개통일 승객이 예측치의 평균 41.7%인 점을 고려하면 인천지하철 2호선은 승객 유치 면에서는 첫날부터 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단전, 출력 이상, 통신 장애 등 6건의 고장 때문에 운행이 1시간 이상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는 승객이 몰렸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평일 운행에 대한 승객수이다.

2량 1편성으로 운영되는 인천지하철 2호선은 여객 정원이 206명으로 1호선 1편성 정원의 약 20%에 불과하다. 배차 간격이 3∼6분으로 1호선 4분 30초∼8분 30초보다는 자주 운행되긴 하지만, 출퇴근시간대 승객들이 일시에 몰리면 극심한 혼잡이 우려된다.

2호선은 전동차 출입문도 적은 편이어서 혼잡도가 더 커질 전망이다. 1·2호선의 전동차 1량의 길이는 각각 18m, 17.2m로 비슷하지만 출입문 개수는 1호선이 4개, 2호선이 3개다. 2호선은 출입문 개수가 적은데 정차 시간까지 짧다.

1호선은 정거장 29개 역의 정차 시간이 30초이지만, 2호선은 3개 환승역만 30초이고 나머지 24개 역은 20초에 불과하다.

출퇴근시간대 승객이 몰리면 20초 안에 1량당 3개의 문을 놓고 ‘탑승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승객 증가에 대비, 2량 1편성을 4량 1편성으로 구성해 운행할 수 있는 기반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여분 전동차가 별로 없어서 당장 전동차를 추가 투입할 순 없다. 공사는 총 37편성 74량의 전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33편성 66량을 사용하고 있어 예비 전동차가 4편성 8차량에 불과하다.

 
◆가좌역 ‘헬 계단’ 소셜미디어에서 화제

한편 가좌역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다. 출구에서 대합실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계단의 심도(깊은 정도)가 엄청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좌역을 이용하는 한 시민이 ‘인천2호선 미쳤다’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린 사진은 현재 인터넷에서 ‘천국의 계단’ ‘헬 계단’등으로 불리며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곳의 계단은 총 124개다. 한 계단의 높이를 주택건설기준인 18cm로 잡을 경우 수직으로 22m의 깊이가 나온다. 아파트 한층의 높이가 보통 3m정도 인 것을 감안했을 때 7층에 이르는 계단을 일렬로 배열한 셈이다.

이 출구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고 엘리베이터만 있다. 인천가좌역 측은 “출구 공간이 너무 좁아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어려운데다 역 옆에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어 진동 등의 문제로 유지보수가 힘들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해발 기준으로 가장 낮은 지하철 승강장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 역으로 기록돼 있다. 한강을 물 아래로 건너기 위해 한강 수면보다 27.6m 낮게 설계됐다.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나가려면 237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출구 기준으로 승강장이 가장 깊은 곳은 부산 지하철 3호선 만덕역이다. 출구에서 65m 아래 있지만 지리적으로 산 중턱에 역이 있어 해수면 보다는 높다. 두 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한마디로 유격훈련 장소로 이용해도 무방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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