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주택용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이고, 누진제를 조정할 경우 1%를 위한 부자감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전기소비량이 적은 가구의 부담만 늘리는 효과를 발생 할 수 있다"며 "이는 1%를 위한 부자 감세와 같다" 말했다.

채 실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월 600㎾ 이상 전기 소비를 하는 가구 비중은 작년 8월 기준으로 4%에 불과한데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 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게 된다" 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주택용 전기요금 원가율은 95%수준으로 대부분의 가구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난색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누진제 개편으로 전력 소비를 적게 하는 가구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 전력 소비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애기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킬로와트시(kWh) 당 전력량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가 뛴다.

정부는 1~4단계에 속하는 가구는 원가 이하로 전기 요금을 내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이 342kW이기 때문에 대부분 가구가 전기요금을 원가 보다 덜 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 평균 전력을 600kW 사용하는 가구(6단계 적용)는 전체 가구의 4.0%에 불과했다. 이전 단계인 5단계도 12.3%였다.

누진제 개편이 전력수요를 크게 늘려 전력 대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했다.

채 실장은 "누진제는 전력소비를 적게 하는 가구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전력소비를 많이 하는 가구에는 페널티를 주는 구조"라며 "여름철 전력 수요를 낮추려면 누진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전력수요를 낮추려고 하는 것은 2011년에 9.15 정전사태의 재발을 우려해서다. 해마다 전력 수요가 원자력 발전소 2기 만큼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애기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전력소비 증가율이 7.0%로 아이슬란드(8.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주택용 전기수요가 전체 전력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경제협력력개발기구(OECD)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이다.

반면 산업용과 공공용까지 모두 포함한 1인당 전체 전력소비량은 OECD 회원국에서 8위이다. 전체 전력 소비량과 비교해서는 주택용 전력 소비량은 13.0%에 불과하다.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을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진행 중인 곽상언 변호사는 "주택용 전기는 소득과 관계없이 집에 사람이 많고 오래 있을수록 사용량이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주택에서 전기를 생존을 위해 쓴다면, 산업에서는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사용한다"며 "누진제가 결과적으로 생존을 위해 쓰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돈을 거둬 대기업을 지원하는 효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닐 가정용 전기세 절감의 필요성을 나란히 강조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지금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전력요금 문제가 다시 국민들 속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 부담을 덜어 드리고 합리적인 전력요금 개편이라는 측면에서 손을 봐야 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