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냉방시설의 무리한 가동으로 인한 전력난이 우려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심지어 전기요금 누진제로 냉방기 사용이 더위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겨울보다도 더 높은 8천370만kW에 이를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오후 3시에는 최대전력수요가 8천449만kW를 기록하며 해당 예상치를 경신했다.

지난 11일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여름철(7~9월) 한시 인하 대책을 발표했다. 가정용 누진제의 6단계 구간 폭을 모두 50kW씩 확대해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는 일반 가정에선 지금의 전기요금으로 스탠드 에어컨(1.8㎾h)을 더 틀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에 불과하다.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4인 가족 평균인 약 300kW를 쓰면 5만6천원 정도지만, 냉방시설을 장시간 가동해 사용량이 450kW를 넘기면 요금이 18만원을 훌쩍 넘길 수 있기에 꼼꼼한 관리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전기요금을 줄이는데 ‘특효약’이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하지 않는 전기도둑인 '대기전력'부터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기전력이란 코드가 연결돼 있을 때 전원을 켜 놓지 않은 상태에서도 소모되는 전력을 뜻한다.

일반 가정에서 대기전력으로 소모되는 전기요금은 평균 월 8천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요금을 절약하려면, 스위치가 여러 개 달린 멀티탭을 활용하거나 가전제품을 쓰지 않을 때 플러그를 뽑아 놓는 습관을 기르면 된다.

매번 코드를 뽑고 꼽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대기전력이 없는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스레인지나 에어컨, 오븐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제품을 구매할 때 대기전력이 0kW인지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노후된 백열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LED 램프는 백열전구의 8분의 1, 형광등의 3분의 1 정도의 소비전력으로도 충분한 밝기의 빛을 낸다. 일반 전구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 내 전구를 LED 제품으로 교체시 전기 요금 절약에 유리하다.

이외에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꼼꼼히 확인하면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것과 동시에 인센티브까지 챙기면서 1석2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로 친환경 소비 촉진을 위해 '고효율가전제품 인센티브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는 소비자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살 때 구매 가격의 10%를 환급해 주는 제도다.

환급 대상 품목은 40인치 이하의 TV , 에어컨, 일반냉장고, 김치냉장고 , 공기청정기 등 다섯 개다. 다만 오는 9월 30일까지 구매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환급 한도는 품목별 또는 개인별로 20만원이며, 구매 가격의 최대 1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살인더위’에 에어컨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가정에서 요금폭탄의 주범이자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는데 에어컨만한 ‘효자’가 없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에어컨 사용이 절실하지만 높은 전기요금은 항상 걱정거리로 남는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어컨을 절전 모드나 낮은 단계의 바람세기로 설정하고, 선풍기나 에어서큘레이터를 같은 방향으로 틀어놓으면 전력소비는 줄이고 냉방효과는 높아진다.

아울러 에어컨은 처음 가동될 때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므로 처음에는 강풍으로 설정하고 점차 온도를 낮추면 찬 공기가 빨리 퍼져 설정된 온도로 맞추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람의 움직임과 열기를 감지해 집중적으로 온도를 낮춰주거나,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냉기의 특성을 살린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도 효율성이 높다. 에어컨 필터 청소를 주기적으로 한다면 불필요한 전력소비를 막을 수 있다.

◇전기료 폭탄, 태양광 설치도 고려해 볼 때

지체 장애인 김모(51·여·청주시 용암동)씨는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집안에서 더운 줄 모르고 생활한다.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까지 이런 '별천지 생활'을 꿈도 꾸지 못했다.

몇 년 전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했다가 3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경험한 뒤에는 겁이 나서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장애로 움직임이 둔한 데다 더위까지 많이 타는 체질인 김씨는 "여름이 지옥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청주시 지원으로 집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평소 월 3만∼4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몇천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에도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했지만, 전기요금은 4천800원에 불과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온종일 에어컨을 틀었지만, 예상되는 전기요금은 4만∼5만원 선이다.

김씨는 "더위를 아주 많이 타는 데도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해 여름을 나기가 죽을 맛 이었다"며 "태양광을 설치한 뒤에는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어 따로 피서를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이렇듯 태양광 발전시설이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는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누진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정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은 대부분 3㎾ 규모다. 태양광 발전시간은 하루 평균 3.6∼3.8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하루 평균 11㎾, 1개월(30일 기준) 평균 330㎾가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4인 가정의 한 달 평균 전력 사용량은 300㎾ 안팎이다. 이렇게 보면 태양광만으로 한 가정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요즘처럼 냉방기 사용으로 전력사용이 급증하면 태양광 전기가 더 위력을 발휘한다.

한 가정이 평소처럼 300㎾의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4만4천원 수준이지만, 여름에 냉방기를 330㎾가량 추가로 사용한다면 누진제가 적용돼 24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태양광을 설치해 똑같이 660㎾의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4만4천원에 불과하다. 태양광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의 요금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누진율이 낮아져 요금 폭등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달에 남은 전기를 이월해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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