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을 계기로 CJ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에 대한 구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이번 사면을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그룹 총수로서 큰 그림 제시나 그룹 차원의 굵직한 M&A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일상적 경영활동에는 앞으로도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어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승계를 위한 후계구도 시기가 앞당겨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총수가 귀한한 CJ그룹이 경영승계 방향에 대해 본격 검토가 이루어 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수년간 그룹 총수 공백으로 빚어진 그룹의 안정성을 다지고, 나아가 장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이 회장 자녀들의 나이가 어린데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안해야 하기에 후계구도 조기 정립은 쉽지 않은 과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재현 회장의 CJ지분 42%에 대한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증여세(현재 가치 기준)를 부담할 방법을 찾는 것도 만만찮다.

이재현 회장은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선호(27)씨는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현재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14일 조부 이맹희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도 가족을 대표해 추모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또 선호씨는 지난 4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했는데 부친의 건강 때문에 서둘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선호씨는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지분 증여를 받아 그룹 IT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사의 지분15.84%를 보유하며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에 대해 외부에선 CJ그룹이 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흘러나왔다. 경영권 승계에 실제 돌입할 경우 2세들이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장녀 경후(31)씨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54%를 증여받아 보유 중이다. 경후씨는 지난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과장을 거쳐 현재 CJ그룹 미주법인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CJ그룹 내 IT전문회사인 CJ시스템즈와 헬스·뷰티 스토어 CJ올리브영이 합병된 회사로 CJ가 지분 76.0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남 선호씨와 장녀 경후씨 등 자녀들이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상장을 통한 매각이나 CJ와의 합병 등 어떤 식으로든 CJ 지분으로 교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구도 정립을 위해 우선 지분승계시 필요한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어떻게 부담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시민단체 등에서 CJ 경영권 승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다른 대기업들이 행한 지분 교환 등의 방식을 답습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이재현 회장의 자녀들이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손경식 회장과 전문 경영인들의 지원 속에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아 나갈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는 장기적 과제로 검토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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