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이상화 백부 고택을 관리해 온 가사도우미가 이 집에 보관 중이던 이상화 시인 형제와 큰 아버지와 주고받은 서신과 엽서, 생활용품 등을 훔쳐 단돈 200만원에 팔아 넘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고미술품 판매업자에게 넘어간 유물운 다행이 경찰 수사를 통해 모두 회수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고 이상화 시인의 백부 이일우 고택에서 유물을 빼돌려 판매한 혐의(절도)로 도모(85·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또한 도씨가 빼돌린 유물을 사들인 혐의(업무상과실장물취득 등)로 하모(61)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빼돌린 유물은 이 시인과 대구 최초의 서양화가이면서 독립운동가인 형 이상정 장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을 지낸 이상백 형제가 백부 등과 주고받은 편지류 3,307점, 엽서 1,855점, 자필 등 물건 5,018점, 책, 술항아리 등이다. 이상정 장군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인 권귀옥과 결혼했다.

경찰에 따르면 도씨는 2013년 3월24일 대구 중구 서성로에 위치한 이일우 고택에서 편지와 엽서, 술항아리, 서적류 등 1만1263점을 200만원을 받고 하모(61)씨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하씨는 이일우 고택에 보관 중이던 이상화 시인의 서신 등이 상당한 가치의 유물임을 알아보고 도씨에게 접근했다.

고 이일우 고택에서 45년간 가사도우미를 해오던 도씨는 이날 낮 시간 때에 하씨가 준비한 승합차를 이용, 창고에 보관 중이던 유물 일부를 팔아 넘겼다.

또 하씨는 2013년 9월 고미술품매매업자인 조모(49)씨에게 3000만원을 받고 유물 모두를 팔아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013년 3월께 대구 중구의 한 고미술품가게로 이상화 시인의 유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첩보를 입수, 3개월간의 수사 끝에 이들 전원을 붙잡았다.

또 이상화 시인의 후손 이모(37)씨가 고 미술품가게에 유물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조씨는 “10억원을 주면 돌려 줄 것”이라고 반환을 거부했다.

경찰은 회수한 유물 전량을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물은 100년 전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항일 운동 정신이 담긴 중요한 사료”라며 “자칫 불법 음성거래 돼 사장될 수 있던 유물을 전량 회수해 무사히 보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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