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숙인 농심
[신소희 기자]폭염 24일·열대야 32일. 역대 가장 더웠던 8월을 보냈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자관리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한 5월 23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열사병이나 일사병, 탈진, 실신 등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국적으로 204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명이다.

전문가들은 심혈관이나 호흡기 질환과 겹친 조기 사망자까지 포함한다면 1994년 기록에 버금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4년 당시에는 폭염이 직간접적으로 원인이 돼 사망한 사람이 전국에 3384명이나 됐다.

무더위 때문에 급식을 하는 학교에서는 집단 식중독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2001년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콜레라까지 다시 등장해 집단감염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한 바다 양식장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태풍을 제외한 양식장 피해로는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폭염의 기세가 꺾여도 바닷물 온도는 다음 달 중순에야 내려갈 것으로 보여 피해는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식장 물고기 폐사도 306만 6082마리(해양수산부 23일 집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도 예외가 아니다.

폭염으로 가축 411만7천마리 폐사했다. 35℃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23일 하루에만 14만4천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지금까지 폭염에 의한 가축피해는 닭 389만 마리, 오리 14만6천마리, 메추리 7만 마리, 돼지 8200마리 등 411만7천마리가 폐사했다.

▲ 연일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경남 남해군 미조면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추정되는 어류폐사가 진행되고 있다.
◇남해안 양식장 초토화

“섬 마을에 적막만 흐르고 있습니다.”

전남 완도군 금일도 하화전리 안주빈 씨(46)는 25일 폐사한 전복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이 마을 20개 어가는 모두 전복 폐사 피해를 봤다. 안 씨는 “기록적인 폭염에 게릴라성 적조 띠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고수온 현상이 겹쳐 전복이 대량 폐사했다”고 말했다.

금일도에서는 475개 어가가 전복 1억4400만 마리를 키운다. 현재까지 어가 양식장 257곳에서 전복 4942만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380억 원. 죽어가는 전복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커지고 있다.

전남 장흥군 안양면에서는 바지락 등 패류 72ha(6억8000만 원), 고흥군 금산면에서는 전복 438만 마리(32억 원), 여수에서는 우럭 참돔 돌돔 등 69만 마리(3억 원) 등이 죽어 나갔다. 전남도는 어패류 폐사가 392건에 추정 피해액이 497억 원이라고 밝혔다.

폭염의 기세는 수그러들지만 바닷물은 당분간 계속 뜨거울 것으로 보여 피해 확대가 불가피하다.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경남 통영에서 전남 여수까지 연안 해역의 고수온 현상은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수산물 폐사의 원인이 고수온으로 판명 나도 재해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피해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어민 대부분은 관련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전남도 관계자는 “고수온 특약에 가입한 어가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 23일 오전 폭염과 함께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전 경남 남해군 설천면 남치마을 저수지가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뭄에 농경지 쑥대밭

폭염의 여파는 바다에 이어 육지의 가뭄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최근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전남도내 농작물 피해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저수지 저수율도 크게 낮아지면서 향후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강수량은 이날 현재 892.8㎜를 기록, 평년(1144㎜) 대비 78.0%에 그치고 있다.

도내 3205개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도 48.2%로 평년(67.0%) 대비 71.9%, 댐 저수율은 농업용 댐은 40.4%, 생활용수 댐은 52.7%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저수지 가운데 저수율이 50% 미만인 곳은 95개, 30% 미만인 곳은 26개에 이른다.

또 담양 월전저수지(5%), 나주 흥덕저수지(5.2%), 신안 대송저수지(7.1%), 진도 동외저수지(10%), 진도 성죽저수지(10%) 등 10% 미만인 곳도 5곳이나 되는 등 전남지역의 저수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 사태까지 빚었던 충남 지역에서는 ‘가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역 상수원인 보령댐의 저수량이 5330만 m³ 이하로 내려가면 주의가 발효되는데, 현재 저수량은 4900만 m³에 불과하고 저수율은 41.9%로 예년의 80.4%에 그치고 있다”며 “지난해 물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올해는 하천유지 용수를 줄여 미리 가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가뭄이 지난해 수준으로 심각해져 생활 및 공업용수가 부족해지면 금강도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올 계획이다. 부여 백제보 인근에서 보령댐까지 이어지는 금강도수로는 올해 2월 완공돼 시범 가동만 했을 뿐 아직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안전처는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급 가뭄대책회의를 열고 가을 가뭄에 대비해 약 100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안전처 이상권 자연재난대응과장은 “9, 10월에 평년 수준의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또 예보가 빗나갈 경우 가뭄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작년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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