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공개한 탄도미사일
[김민호 기자]북한이 5차 핵실험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핵탄두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

12일 설상가상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도 핵실험 준비를 마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9일 '핵탄두 폭발시험' 사실을 발표하면서 핵 무력의 추가 강화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연내 추가 핵실험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풍계리 1~3번 갱도 중 그간 한 차례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던 3번 갱도에서도 언제든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를 마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한미 정보당국은 3번 갱도에서 추가적인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독자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군 당국자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확인되면 공대지·지대지 미사일 등을 통해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 및 군 지도부의 거처를 정밀 타격한다는 것이다.

또 핵 공격 징후 시 김정은 등 전쟁 지휘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전담할 특수부대인 '한국판 레인저' 부대 편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75레인저' 연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정은 제거 부대' 구축 가능할까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특수부대가 적 지휘부 제거 작전을 수행하려면 우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저공 비밀 침투가 가능한 특수 수송기와 헬기를 갖춰야 한다. 현재 우리 전력은 적 후방에 침투할 수 있는 특수 수송기가 없어 미군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작전 요원들의 개인 화기나 통신 장비, 기동 차량 등도 현재보다 훨씬 더 보강돼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도발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을 갖춰야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 미군 장비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찰·감시 자산, 침투 수단, 기동 타격 화력 등을 갖춘 여단급 부대를 편성하기 위해서는 5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00억원은 해군 이지스함 1척 도입 비용의 절반 수준이고, 공군 F-15K 5대, 육군 K-2 전차 60여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국방예산 총액은 38조7995억원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들은 "새 예산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현재 추진하는 군비 증강 사업 중 일부를 과감하게 줄여서 여단급 특수부대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에 의지하지 않고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북핵 대응은 어떤가

전문가들은 북핵 대응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일정 부분 포기할 것은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핵무기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자 핵무기 개발·보유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질서와 한·미 원자력협정 등 한·미관계, 높은 대외 수출 의존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1991년 이전처럼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핵무기 사용 버튼은 미군만 누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에도 냉전 시절 유럽에서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간에 핵무기 공동 사용권(핵공유 협정)에 합의했던 것처럼 우리도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이 핵무기 공동 사용권은커녕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조차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난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확장 억제력 제공'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도 뒤집어 해석하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금도 남한 땅 위에 핵무기가 없다뿐이지 '확장 억제 정책'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전략잠수함이나 폭격기가 전술핵 배치와 마찬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고 있다.

결국 '국제적 파장과 경제에 미칠 부담은 피한다'는 전제 아래에선 비핵(非核)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9일 처음 공개한 '대량 응징 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작전 개념이 여기에 해당된다.

군 관계자는 11일 "핵무기 사용 징후가 보이면 평양을 일정한 구역으로 나눠 북한 지휘부가 숨을 만한 해당 구역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 전이라도 징후가 확실하면 선제 타격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선제 타격 역시 국제적으로 전쟁을 우리가 먼저도발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은 크다. 그 외에 북한 핵미사일이 서울에 떨어진 다음에 응징한다는 건 어차피 전면전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어서 선제적 방어라는 측면에선 별 의미가 없다.

당장은 방어 위주로 짜인 작전 계획과 무기 체계를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의 확장 억제는 사후 응징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그것만으론 부족하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방적 자위권에 기초한 거부적 억제정책(deterrence by denial)에 자산(투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유사시 제거할 수 있는 특수부대 전력, 김정은 지하벙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폭탄 및 전투기, 공격용 원자력추진 잠수함 등의 전력 강화 쪽으로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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