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0억 횡령·배임'..결국 개인비리에 구속영장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이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강 전 회장 등 핵심 경영진을 사법처리한 건 지난 2월17일 압수수색한 지 50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8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에 관여한 변모(60) 전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모(50) 전 STX그룹 경영기획실장, 김모(58) 전 STX조선해양 CFO를 강 전 회장의 '공범'으로 일괄 사법처리했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강덕수 전 STX 회장
검찰이 강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죄다.

변 전 CFO와 이 전 경영기획실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김 전 CFO에 대해서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 등의 범죄 액수는 횡령 약 540억원, 배임 약 3100억원, 분식회계 규모 약 2조3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강 전 회장은 고위 임원들과 공모해 STX중공업의 법인자금으로 재정난에 빠진 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거나 연대보증 등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과정에서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5년간에 걸쳐 제조 원가를 낮추거나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한 혐의를 사고 있다.

이와 관련, 강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헐값에 매각하고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납품단가를 과다 지급하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중국 현지 계열사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은닉하고 이 중 일부 자금이 강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6일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강도높게 조사했지만 강 전 회장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회장은 검찰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을 뿐 고의로 손실을 끼치거나 법인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각종 사업추진과 계열사 지원과정에서 부당 개입하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한 정황을 잡고, 구속 수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사안이 중하고,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 투입 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조사를 해야할 게 남아 있어 일단 김씨만 분식회계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 등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주 후반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을 구속하면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이희범(65) LG상사 부회장이 2009∼2013년 STX중공업·STX에너지 총괄 회장을 맡아 회사 경영 전반에 깊이 관여한 만큼 구체적인 역할을 규명하는데 수사의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재임 시절 STX중공업 경영진의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이 집중된 점에 미뤄볼 때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묵인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검찰은 산업자원부 장관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이 부회장이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한차례 소환한 이 부회장을 조만간 다시 불러 강 전 회장과의 공모 여부 등 관련 의혹을 확인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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