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을 시작으로 삼성의 사업재편 속도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이 찬성 의견을 확정한만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입성식은 무난히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맞춰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CFO)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가 유지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움직임을 본격적인 책임경영 행보에 나서는 선언으로 인식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구조조정의 향후 방향성은 금산분리 및 상속의 이슈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삼성생명의 인적 분할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사업부문의 삼성SDS와 합병 등의 두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 엘리엇으로 인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빨라질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삼성 총수일가 및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여 삼성생명의 자본력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엘리엇의 제안대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하는 방법을 이용한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할지는 미지수이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앞당길 것은 명확하다는 것.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2%로 취득원가 5690억원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계열사 투자자산(취득원가 기준)은 총 운영자산(삼성생명 220조원)의 3%를 넘을 수 없게 돼 있어 문제가 없으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투자자산을 시가로 평가해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전자 지분 7.2%의 시가가 15조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는 삼성전자를 4.8% 보유하고 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주식 2.4%를 보유한 뒤 투자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8%를 주주들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과 교환, 삼성생명 투자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사업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4%를 삼성물산 및 상속인들에게 현금으로 매각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물산 6.6%, 총수일가 7.8%로 단순화되며 경영권을 유지한 채로 금산분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사업회사의 배당 성향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지배구조 변화에서 중요하다.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에 대한 소유권을 높이기 위해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을 예상했다.
우선 세간에 거론되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직접적인 합병(소규모 합병)은 주주총회 통과가 어렵고,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와 삼성SDS의 합병은 상속세원 마련이 어렵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와 삼성SDS의 합병이 가장 유력한데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은 삼성물산이 9.2%, 총수일가가 10.4%를 확보하게 되는 구조"라며 "삼성생명이 인적 분할될 시 그룹 경영권 보호 때문에 매각하지 못하던 삼성전자 지분 7.2%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