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주총을 거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특검 수사와 관련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삼성 오너가가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맡는 것은 8년 만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삼성의 사업재편 속도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이 찬성 의견을 확정한만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입성식은 무난히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맞춰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CFO)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가 유지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움직임을 본격적인 책임경영 행보에 나서는 선언으로 인식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구조조정의 향후 방향성은 금산분리 및 상속의 이슈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삼성생명의 인적 분할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사업부문의 삼성SDS와 합병 등의 두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 엘리엇으로 인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빨라질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삼성 총수일가 및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여 삼성생명의 자본력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엘리엇의 제안대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하는 방법을 이용한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할지는 미지수이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앞당길 것은 명확하다는 것.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2%로 취득원가 5690억원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계열사 투자자산(취득원가 기준)은 총 운영자산(삼성생명 220조원)의 3%를 넘을 수 없게 돼 있어 문제가 없으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투자자산을 시가로 평가해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전자 지분 7.2%의 시가가 15조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는 삼성전자를 4.8% 보유하고 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주식 2.4%를 보유한 뒤 투자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8%를 주주들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과 교환, 삼성생명 투자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사업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4%를 삼성물산 및 상속인들에게 현금으로 매각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물산 6.6%, 총수일가 7.8%로 단순화되며 경영권을 유지한 채로 금산분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사업회사의 배당 성향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지배구조 변화에서 중요하다.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에 대한 소유권을 높이기 위해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을 예상했다.

우선 세간에 거론되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직접적인 합병(소규모 합병)은 주주총회 통과가 어렵고,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와 삼성SDS의 합병은 상속세원 마련이 어렵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와 삼성SDS의 합병이 가장 유력한데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은 삼성물산이 9.2%, 총수일가가 10.4%를 확보하게 되는 구조"라며 "삼성생명이 인적 분할될 시 그룹 경영권 보호 때문에 매각하지 못하던 삼성전자 지분 7.2%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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