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오너2세 개인회사에 수천억대의 일감을 몰아준 것도 모자라 지급보증까지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2세 개인회사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는 코스피 상장사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전폭적 지원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사들이는 등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편법 2세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 등 오너일가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한미사이언스'라는 기업집단으로 묶인 한미약품과 자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지난 8월16일 기준 66.49%다. 또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일본한미약품 ▲한미유럽 ▲에르무루스 ▲온라인팜을 지배하고 있고, 한미약품은 한미정밀화학과 북경한미약품을 각각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오너2세 3명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한미IT(임종윤 34%·종훈 36%·주현 21%·자사주 9%)와 한미IT가 지배하고 있는 한미메디케어(한미IT 82.55%·종윤 5.38%·기타 특수관계자 10.80% 등)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등 계열사들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무려 2657억원어치의 일감을 오너2세 개인회사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에 몰아줬다.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가 한미약품 등으로부터 창출한 매출은 ▲2009년 571억원(전체 매출의 71%) ▲2010년 424억원(65%) ▲2011년 344억원(53%) ▲2012년 345억원(50%) ▲2013년 290억원(49%) ▲2014년 295억원(48%) ▲2015년 386억원(54%)에 이른다.

한미IT는 의료용품과 의료기기 판매업, 인터넷쇼핑몰 운영·전자상거래, 응용소프트 제조·유통, 시스템 통합 용역 등을 하는 회사이며, 한미메디케어는 의료용구·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내부거래 매출 비율이 48%~71% 수준으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라면 '일감몰아주기'로 규정돼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자산이 5조원에 미달하기 때문에 아무런 제재없이 오너2세의 회사에 부(富)를 이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에 거액의 채무보증도 제공했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한미약품은 2012년 한미IT에 134억2000만원, 한미메디케어에 134억4000만원 등 268억6000만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채무보증은 2013년 말 65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말에야 사업보고서에서 사라졌다.

한미IT 등은 한미약품 오너일가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기도 했다.

한미IT 연결감사보고서(연결실체 한미메디케어)에 따르면 한미IT는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로부터의 2011년 530억원, 2012년 104억원, 2013년 465억원의 주식 담보를 제공받았다.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는 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보증 등으로 회사의 몸집을 불려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모았다.

이들 회사는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왔다. 지난 8월 현재 한미메디케어는 5.39%, 한미IT는 0.48%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메디케어의 경우 창업주 임성기 회장(지분율 34.91%)에 이은 2대주주다.

이에 따라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의 자산도 급상승했다. 2009년까지만해도 760억원대에 머물렀던 한미IT와 한미메디케어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491억원, 올해 상반기 말 8687억원까지 치솟았다.

7년 반만에 자산규모가 11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다만 늑장공시 논란에 따른 검찰조사 등으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6월말 15만원대에서 최근 8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현재 자산은 큰 폭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전형적 편법승계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 측은 한미IT 등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한미약품은 다른 제약사들과 달리 모든 약에 RFID(무선식별) 장치를 붙이고 있고, 약품에 RFID를 적용하는 기술을 한미IT가 가지고 있다"며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일감몰아주기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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