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균 기자] 최근 유명 연예인이 가담한  100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이 검거된 가운데, 또 다시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등을 끌어들인 수천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혀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박모(30) 씨와 김모(28) 씨 등 7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일당은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필리핀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국내외 스포츠 경기에 베팅할 수 있는 유사체육진흥투표권을 회원들에게 발행했다. 이 사이트로 거래된 판돈의 규모는 2,320억원에 달했고 이들은 320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박 씨는 온라인 게임 ‘R2’로 알게 된 지방 소재 대학교 4학년생 김 씨에게 “필리핀의 신도시 이스트우드에서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 일을 도와주면 250만원의 고정적 월급에 인센티브까지 챙겨준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취직 걱정이 앞섰던 김 씨는 박 씨의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결국 같은 학과 동기생 2명과 취업준비생인 친구 1명까지 꼬셔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다. 부모님에게는 “해외 IT회사에 입사했다”고 속였다.

박 씨는 김 씨와 그의 지인들을 필리핀에 보내 도박자금 충전 및 환전 업무를 맡겼다. 회원들의 도박 자금을 필리핀 은행 계좌를 만들어 돈 세탁한 뒤 현지 현금인출기로만 입출·금 처리하는 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도 피했다.

하지만 박 씨 등은 도박으로 목돈을 잃은 회원에 의해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다가 4000만원을 잃은 한 피해자가 “신고를 하겠다”며 박 씨 일당을 협박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 씨 일당의 존재를 알게 됐고 추적수사 끝에 이들을 검거했다.

박 씨는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돈으로 서울 강남구의 월세 4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며 고급 벤츠 승용차를 타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경찰은 박 씨의 임대 아파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바카라 도박장을 설치·운영한 사실도 확인했다. 아파트에서는 수십여장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으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공범들을 추적하고 유사 불법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국회 교문위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불법 온라인 스포츠도박 사이트 발견 시 즉각적인 차단·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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