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박근혜 대통영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재단 설립과 기금조성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 문제와 관련해서 한 발언이다. 특정인의 비리일 뿐, 자신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이라는 대목도, '자발적 모금'이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강제성을 부인하는 모습이다.

5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제의 담화 내용에서 보듯 일련의 상황이 마치 누군가 사태수습을 위해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JTBC는 지난달 28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청와대에 가서 박 대통령을 만나고 와서 며칠간 '일시정지'돼있던 상황은 그때부터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후 상황에 대해

"그 날 밤 박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공개됩니다. 바로 다음날, 안종범 수석과 실세 '문고리 3인방' 비서관 등 주요 참모진들이 줄줄이 사표를 냅니다."

"이날 검찰은 청와대를 압수수색했지만 청와대 측에서 공무상 기밀 누출 등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하면서 압수수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7시 37분,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이 안좋아 귀국을 못하겠다"던 최순실씨가 입국합니다. 출발지는 이전까지 전혀 얘기가 없던 영국 런던이었습니다."

"도착 직후 최씨는 미리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의 귀국으로 정신이 없던 상황에서 청와대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에 앉히는 참모진 교체를 단행합니다."

"다음날 최순실씨는 국내에 들어온지 31시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포토라인 앞에 섭니다. 이후로도 청와대와 정부, 검찰은 메가톤급 뉴스를 쉴 새 없이 쏟아냅니다."

"야당이 거국 내각을 논의하고 있는 도중 청와대는 지난 2일 기습적으로 김병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합니다. 김 총리 지명자가 취재진 앞에서 소감을 밝히던 오후 2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합니다."

"그리고 어제, 청와대는 새 비서실장까지 발표했고 이후 검찰은 최순실씨를 구속 수감했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각, 청와대에선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이란 소식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 3년여 동안 고위 공무원들의 비호 아래 소리없이 진행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은 이처럼 불과 일주일 만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정리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 큰 그림을 짜놓기라도 한 듯 사태 수습은 신속하고 주도면밀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4일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던 의원총회 자리에서 이정현 대표는 "중진들과 더 상의 하겠다"며 즉각 사퇴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거부도 "사태수습 시나리오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