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어제(5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는 20만이 훌쩍 넘는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집결한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의 2차 사과에 이같이 외치며 분개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꼬여버린 정국을 풀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석들이 주말을 반납한 채 수습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청와대 참모들도 정상 출근 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꽉막힌 터널에 출구는 있는 것인가

정국이 꼬여버린 이유에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교감 없이 국무총리 후보를 지명해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김병준 총리 내정자 차녀의 결혼식에서 "지난번 절차상 에러가 있었다는 것을 청와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야당과 먼저 대화하는 게 순서였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사과(10월25일) → 최재경 민정수석·배성례 홍보수석 발표(10월30일) → 김병준 국무총리·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11월2일) →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허원제 정무수석 발표(11월3일) → 대국민담화(11월4일) 등의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에게 "김병준 총리 문제는 국회에서 여야가 잘 논의를 해볼 테니 지명을 철회해줄 것을 (대통령께) 설득해 달라"며 "그래야 처음부터 수순을 밟아서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3당 대표 회동을 통한 합의 추대 총리 외에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이런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대화는 어렵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 하야가 답"이라고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밝힌 것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겠다는 뜻"이라 해석했지만 당장 야권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경색국면이 불가피해졌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철회 ▲2선 후퇴 및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인선 등 3가지를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영수회담을 거부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회담 제안에는 긍정적이지만 총리 인준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최 씨 사태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제안한 영수회담 카드마저 벽에 부딪치면서 공은 다시 박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일단 야권 설득에 전력할 태세다.

또 친박지도부인 여당도 야당과 적극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야권의 요구주장을 놓고 협상을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김병준 카드도 협상 테이블의 주요 의제로 올려질게 분명하다.

이 경우 여권에서 김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가 유도될 수 있다.

김 내정자는 야당 의원들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는 또 "지금 제가 야당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그분들이 어느 정도 이해해주길 좀 기다렸다가 나중에 이야기를 해봐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자신이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니 자신의 거취 문제는 청와대에서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듯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카드'를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야권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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