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캡쳐
[신소희 기자]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지명수배된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10일 오후 9시께 서울에서 붙잡혔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 현재 부산으로 압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1일 오전 3∼4시께 부산지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이 도착하는 대로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씨가 부산지역 정ㆍ관계 인사와 부산을 거쳐간 판ㆍ검사 접대 장부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금품로비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575억여원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회계명목을 밝히지 않은 돈이 수백억 원에 달해 수사상황에 따라 비자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씨의 신병 확보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드러날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씨의 한 측근은 “이씨가 검찰의 관심이 큰 로비수사에 대해서도 일부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과 친(親)노무현계 정치인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진술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씨가 제대로 입을 열 경우 부산지역은 물론 여의도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엘시티 프로젝트는 사업 시작부터 인허가까지 10년이 걸린 사업으로, 그 동안 금품로비가 폭넓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2006년 11월 부산시가 관광특구인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부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하자, 이씨가 대표로 있는 청안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다.

이후 엘시티 부지 전체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변경됐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 없이 사업계획이 승인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ㆍ관계 로비설이 증폭됐다. 특히 지역 정치인과 전ㆍ현직 부산시청 고위인사가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법조계 인사들도 이씨의 로비 장부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60ㆍ구속)씨가 포함된 계모임에 이씨가 참여해 거액의 곗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최씨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엘시티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이씨를 상대로 비자금의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로비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지난 8월 검찰의 추적이 본격화한 뒤 잠적하자, 수사팀은 10월 27일 이씨를 전국에 공개수배 했다. 10일 신변보호를 해달라는 이씨의 연락을 받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한 호텔 앞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그는 지인과 함께 있었고 저항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부지 6만5,934㎡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 1개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동, 워터파크 등이 조성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10월 착공돼 2019년 11월 말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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