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중정)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가 김재규 부장의 생전 어록을 공개하며  "박근혜와 최태민을 떼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지금의 사단이 났다"고 밝혔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사형 집행이 이뤄지기 4개월 전인 1980년 1월 28일 강 변호사와 가진 옥중 면회에서 최태민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고 강 변호사는 말했다. 이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당시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면 최태민은 교통사고라도 내서 처치해야 할 놈"이라고 말했다고 강 변호사는 전했다.

강 변호사는 25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김 부장이 말하길, 최태민이 이 구국여성봉사단 운영위원 30명을 두고 기업을 갈취하고 여성 정치 지망생들을 성추행하니 원성이 자자해 중정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정밀 조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최태민과 가까워진 뒤 최태민이 여성단체인 구국여성봉사단 총재가 되는 데도 개입하고 기업들로부터 수억원대 돈을 뜯어내는 데도 관여했다. 민정수석실이 별도로 조사하니 최태민이 영애를 등에 업고 기업체로부터 수십억원을 갈취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중정과 민정수석실은 최태민이 여성 정치 지망생 6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내용까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과 구국여성봉사단을 정리해야한다고 보고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영애의 말만 듣고 보고를 묵살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영애를 친국하겠다고 하고는 구국여성봉사단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심지어 더 개악시키는 것을 보고 김 부장이 절망했다. 이 것이 김 부장의 거사의 동기가 되었다고 주장하더라”고 말했다.

이후 김 부장은 사형됐고 강 변호사는 김 부장의 구명운동을 했으며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를 끄집어낸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정당한 변론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은 받지 않았다.

강 변호사는 김 부장에 대해 “처음에는 역적으로 몰린 조선시대 사육신도 재평가받고 인정받는 데 250년이 걸렸다. 언제라도 김 부장의 10ㆍ26 거사 정신이 제대로 밝혀지고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다”라며 재평가를 기대했다.

현 정국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최태민 일가의 인연과 도움으로 대통령까지 됐지만 결국 재임 중 최태민 일가로 인해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만일 김 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한 대로 최태민과 박근혜를 떼어내고, 최태민을 엄벌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강 변호사는 현 시점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언급했다. 그는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서 지금도 헌정 중단 사태인데 더 나빠질 일이 뭐가 있나. 민심이 하야라면 억지로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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