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개인신용 7~10등급 저신용자들이 마지막 제도권 금융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부업체에서 조차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27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0.9%였던 75개 주요 대부업체들의 대출승인률은 올해 9월 14.2%로 6.7%포인트 낮아졌다.

대부업체들이 지난해까지만해도 10명 중 2명에게 돈을 빌려줬다면 이제는 약 1.5명꼴로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이엏듯 정부의 '제2금융권' 규제 강화로 저소득, 저신용자의 돈줄이 막히면서 그간 비은행권에서 나타난 '풍선효과'가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옮겨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단계인 대부업마저 최고금리가 27.9%로 낮아진 지난 3월부터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돈 줄 막힌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부사업자를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7조9000억원 늘어난 34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판매신용을 제외한 전체 가계대출(1227조9000억원)의 증가액(38조2000억원)의 28%,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36조2000억원)의 2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타금융기관 등에는 보험기관·연금기관·공적금융기관·기타금융중개회사·기타 등이 포함되는데, 특히 대부사업자 등을 포함하는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부채 규모가 전분기 대비 4조4000억원이 늘어 129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지난해 3분기(5조5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한은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기타금융중개회사에서 대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유동화시키면서 기타금융중개회사에 포함된 자산유동화회사에 금액이 잡혔기 때문에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 실태현황을 파악한 가장 최신 자료인 금융위원회의 '2015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대부잔액은 13조260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7.3% 늘었다. 거래자 수도 267만9000명으로 6월 말 보다 2.5% 증가했다. 이들은 주로 생활비(64.8%), 사업자금(13.4%), 타대출 상환(8.2%) 용도로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까지 더해질 경우 실제 규모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불법사금융 이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약 43만명이 총 24조1000억원 규모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추정 결과(약 33만명, 10조5000억원)보다 각각 30.3%, 129.5% 증가한 수준이다. 1인당 평균 이용금액도 5608만원으로 지난해(3209만원)보다 74.8% 늘었다.

또 한은에 따르면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을 합친 판매신용도 석달 만에 1조9000억원이 늘어 잔액이 67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1분기 증가폭은 1000억원, 2분기엔 7000억원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신용카드로 물건을 할부로 구입하거나, 캐피털사의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물품을 외상으로 구매한 금액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은 추석연휴 등으로 판매신용의 증가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4일 '8·25 후속조치'를 발표, 집단대출과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이 불법 대부업체나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정말 돈이 필요한 저소득, 취약계층만 사금융으로 내모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이어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활성화, 일자리 창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등 각각의 용도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전체 가계부채의 11%에 불과한 주담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과다한 규제로 인해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시장이 축소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당국은 규제에 따른 시장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기관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저신용, 저소득자들에게는 금융적인 접근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국가의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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