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최순실은 전혀 모른다"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장과 달리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가 최 씨 지시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난 적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

최순실(60)씨 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최씨의 지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결국 차 전 단장이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난 경위를 비롯해 이후 벌어진 KT에 대한 인사압력,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송성각 전 한국콘텐트진흥원 원장 추천 등에 김 전 비서실장이 얼마나 개입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김 전 실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 전 단장 측 김종민 변호사는 27일 "2014년 4월~5월께 최씨가 여러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차 전 단장은 믿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같은해 6~7월께 최씨가 어디를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김 전 비서실장 공관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차 전 단장은 그곳에서 김 전 실장과 약 10분 정도 면담을 가졌다"며 "그 자리에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당시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도 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 씨에 대해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변한 바 있다. 그러나 차 전 단장이 최씨의 소개로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차 전 단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김 전 실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 자리는 인사하는 자리 정도였고, 김 전 실장을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차씨도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차은택 변호인
이어 김 변호사는 "차 전 단장이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을 최씨에게 추천한 건 맞지만, 김 전 실장에게 직접 추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 김 변호사는 "차 전 단장이 청와대에 1~2번 정도 공식적으로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있는데 밀라노 엑스포 관련 준비상황 보고 위한 자리였다"며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부 인정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다른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견해가 달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레카 지분 강탈 관련 혐의에 대해 "송 전 원장에게 최씨의 이야기를 전달하긴 했지만, '세무조사를 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전하고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김 변호사는 "최씨에게 홍보전문가 이 모씨를 추천한 것은 맞지만 이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황창규 KT회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플레이그라운드는 실제로 최씨의 회사이며 미르재단 김성현 사무부총장이 모든 실무와 운영을 총괄했다"라고 주장했다.

차 전 단장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5일 중국에서 귀국하면서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폰을 검찰에 임의제출하고, 그동안 언론에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상세히 소명하는 약 70페이지 정도의 진술서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차 전 단장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속보]한편 이날 오후 김기춘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을 만났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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