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삼성·현대차·LG·SK 등 재계를 대표하는 4대그룹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으로 연말연초 경영행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오는 6일 1차 청문회에 그룹 총수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재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총수들은 조만간 출범하는 최순실게이트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있는데다 오는 6일에는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청문회에 출석하는 정몽구 회장을 위해 국회 인근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 병원과 긴급 연락 체계를 갖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10여 년 전에 전신마취까지 하고 가슴을 절개하는 큰 심장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주변의 우려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청문회가 하루 종일 진행된다는 점과 청문회가 주는 중압감 등에 비춰 79세로 고령인 정 회장이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말은 한 해 경영실적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고 투자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시기다.

때문에 연말연초를 맞아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진 인사와 경영계획 수립 등에 큰 차질을 빚고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그룹 총수들은 특검과 국정조사 증인 출석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전념하느라 주요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별검사에 기업수사 전문인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되면서 각 그룹 총수들은 특검 수사가 다시 휘몰아치는 것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일부 그룹은 국정조사에서 오해를 바로잡고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치권의 몰아치기식 압박이 강하게 이뤄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그룹의 최대현안이 특검과 총수의 증인 출석에 맞춰져 있다보니 다른 업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들 기업은 이번 특검 등 수사의 칼날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특검 활동 기간이 90일, 최장 120일임을 감안하면 내년 3월 이후까지 수사 파장이 직접적으로 미칠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삼성 등 일부 그룹의 경우 우선 연말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법무팀 등과 함께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느라 사장단과 임원인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국정조사와 특검에 주요 임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불려다닐 경우 내년 사업전략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부품 및 바이오사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도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에서 국조 준비가 겹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에서 역성장이 예상되는 등 저조한 실적으로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임원들은 최근 연봉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고, 매년 진행했던 해외주재원 교육도 올해는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지 않기로 했다.

남은 한달 신년 경영계획과 판매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총수의 국회 출석이 예고되자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고령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해가 바뀌면 80세가 된다. 그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할 때도 부회장을 배석시켜 보필을 받기도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일부 총수들과 달리 청문회 참석이 처음이다. 이에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국정 조사를 대비한 예상 답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LG그룹은 이와 관련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LG는 통상적으로 연말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지만 올해는 국정 조사로 인해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어 보인다. 올해는 LG전자 사업부별 실적이 엇갈려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SK그룹도 한마디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SK는 SK하이닉스를 통해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고 최순실 측으로부터 별도의 기부 제안도 받았다. 이 때문에 횡령·배임 등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던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사를 받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경영복귀 1년여 만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연말 임원인사도 불투명하다. 지난달 열린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이 각 계열사에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주문하면서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됐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 대내외 불안한 환경을 고려해 내년으로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계는 기업인들이 재단모금에 어쩔수 없이 협조한 피해자라고 규정된 데 안도하면서 향후 특검과 국조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경영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란 변수를 만난 재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며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으로 바쁠 시기에 검찰 수사가 겹치면서 주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B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악재가 겹쳐 내년도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기업들의 혁신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도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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