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1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은 취재진이 직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구 서문시장 방문은 싸늘히 식어버린 고향의 민심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회색바지에 회색 폴라티셔츠 위에 검은색 자켓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 시장에 도착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김영오 상인회장과 인사한 후 바로 상황실로 들어갔다.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피해상황 등을 전해들은 박 대통령은 피해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한 후 10여분 만인 1시40분께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대형 화재가 발생한 서문시장을 이날 방문한 박 대통령을 기다린 것은 냉담함 그 자체였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회원들이 침묵 시위를 이어간 가운데 대통령을 맞은 서문시장 상인들에게는 환영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얼굴이라도 보겠다며 몰려들던 인파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심지어 대통령 방문이 피해복구에 도움이 되겠냐는 의구심을 보이는 상인도 있었다.

한 상인은 "밉고 곱고를 떠나 이런 분위기에서 박 대통령이 시장을 찾는 것이 시장을 위한 것인지, 대통령을 위한 것인 지 모르겠다"면서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을 맞이한 시민과 상인들은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수차례 방문때 마다 환영 열기로 가득했던 서문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반갑기만 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인 박모씨는 "서문시장 상인들은 이번 사고로 생계를 잃었다"며 "피해상인들을 만나지도 않고 행정적인 업무만 보고 피해 현장만 보고 간 대통령이 너무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상인들을 만나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약속하지 않은 것도 우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진상가 상인 이모(58·여)씨는 "시국이 이런데 온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데 특별재난구역 선포해주면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여기까지 내려와서 상인들 얼굴도 보지 않는 건가"라면서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항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수십년째 서문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이런 슬픈 상황에서 오니 반갑다"며 윤모(40대·여)씨 역시 "대통령 와야 한다. 예전에 박 대통령이 오고 서문시장 더 활성화 됐다. 환호를 못해줘 아쉽다"고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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