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님 얼굴을 감춰라
[이미영 기자]6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최순실 씨 등 사건 ‘핵심 주범’은 빠지는 반면 ‘증인’인 9개 대기업 그룹 총수는 모두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번 청문회가 ‘본말전도(本末顚倒)’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정조사를 하루 앞두고 각 그룹들의 홍보 및 대관 담당자들이 피말리는 시강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총수가 들어설 국회 본관을 미리 찾아 이동 경로와 취재진의 예상 위치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 위치까지 점검했다.

한편 그룹 내부에서는 더 바쁜 시간이 이어졌다.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모의 청문회’를 진행한 것은 물론이다.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날짜와 상황까지 정리해 총수들이 암기하고, 의원당 7분이라는 규정에 맞춰 목소리 톤과 말의 빠르기까지 점검하는 예행 연습을 수차례 반복했다. 특히 일부 그룹의 경우 ‘망신주기’ 질문에 대비해 버스나 지하철 요금까지 외우고, 개인적인 질문은 짧게 답하라고 주지시켰다는 후문이다. 

5일 롯데와 CJ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과 손 회장 모두 이날 특별한 일정을 갖지 않은 채 청문회 막바지 준비에 몰두 중이다. 이미 청문회 증인 채택이 확정된 지난달 말부터 법무팀, 홍보팀 등은 주말까지 반납한 채 예상되는 모든 답변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이번 청문회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다 TV 생중계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어휘선택 등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써야 되는 입장이다.

우선 신동빈 회장에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및 K스포츠재단 70억 추가출연과 관련된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의혹' 등에 대한 송곳 질의가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형제의 난'으로 국회 청문회장에 선 이후 1년 3개월 만의 증인 출석이다. 이날 오전부터 소공동 롯데타워 26층 집무실에서 법무팀 등 관련 임원들과 함께 예상 질의와 답변을 최종 검토하며 예행 연습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관계자는 "국정조사나 검찰, 특검 수사에 최대한 성실히 협조하며 의혹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신 회장은) 지난해 한차례 증인 출석한 경험도 있는만큼 리허설 등 없이 Q&A, 사실 관계 위주의 예상답변을 검토하며 차분하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예상 답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박 대통령과의 독대나 K스포츠재단과 면세점 추가 선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는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재현 회장 사면 부탁이 있었는지와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퇴진 압박, K컬처밸리 사업 차은택 연루 의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면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부회장 퇴진 종용에 대해선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화는 받았지만 대통령의 뜻인지는 알지 못했기에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K컬처밸리사업에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씨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엔 앞서 CJ그룹이 주장한 대로 '터무니 없는 의혹'이라고 선을 그으며 '한류콘텐츠 중심의 복합 테마파크는 예전부터 추진해온 그룹의 숙원사업이며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손 회장이 고령인데다 최근 폐암수술까지 한 상태라 장시간 이뤄지는 청문회에 혹시라도 건강 상의 문제가 발생할지 우려된다"면서 "초긴장 상태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전을 위한 각 그룹 간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자리 배치는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가능하면 가장자리에 앉아야 방송 카메라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그룹들은 자리 배치를 놓고 국회 행정실과 긴밀한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 총수들이 장시간 청문회에 서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자리 배치, 질문 순서 등을 포함해 오너 의전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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