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같은 생활을 한 박근혜 대통령이 아줌마 같다는 소문이 있다. 뭐냐?"

지난 5일, 한 종편에서 사회자가 출연진에 던진 질문이다.

이날 한 연예부 기자는 "항간에 들려오는 얘기로는 굉장히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전 10시 이전, 오후 8시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고 만찬이나 이런 형태도 잡지 않았었다고 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다른 기자는 "이혜훈 의원이 한 매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오직 TV만 본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라고도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사실일까

같은 날, 국회 청문회에서 청와대 의무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 약품구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실장은 이어 박 대통령이 '감초 주사'도 맞은 사실을 시인했다.

“자기가 아직도 공주인줄 아나봐”

오늘, 최태민에서 최순실로 이어지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치해 ‘아무 것도 모르는 공주’라는 이 같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왜 오버랩 될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큰 영애였던 박 대통령은 어린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냈고, 6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맡았다. 유신 시절 ‘퍼스트레이디 박근혜’가 지방 행사에 가면 노인들이 그 앞에 엎드려 절을 했다는 회고담이 이어지는 걸 보면 그가 얼마나 떠받들려 살았을지 짐작된다.

17년 간 최순실 일가의 일을 봐준 전직 운전기사의 증언은 더 직설적이다. 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옷이나 화장품 구입은 물론이고 시장이나 은행 가기 같은 일상 생활을 최씨에 의존했다. 그런 박 대통령을 향해 최씨는 “자기가 아직도 공주인줄 아나 봐”라고 자주 흉을 봤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대통령이 무심코 내어준 그 곁이 지금 비선실세의 권력이 자라게 한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는 것이 맞다.

이제 국민들은 박 대통령은 공주도 아니요, 그저 평범한 늙은 아줌마에 불과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박 대통령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의 혼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탄핵안 소추가 임박했는데도 퇴진 시점을 못박지 못하고 국회에 결정을 떠넘기는 것을 보면 아직은 미련이 많아 보인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뜻을 안 국민들은 얼마나 무능하고 저질스러운 대통령을 군주로 믿었나 생각하며 자괴감에 촛불을 들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이제 유신 체제의 공주에서 평범한 아줌마로 내려와야 한다. 이왕이면 시대착오를 인정하고 박정희 시대의 끝자락도 과감히 놓으면 어떨까 싶다.

그것이 ‘국민과 결혼한’ 대통령이 이혼당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심일보 시사플러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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