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 벗어나 증시침체·부산 이전 산적과제 해결 관건

▲ 유재훈 예탁원 사장. 그는 향후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을 겨냥한 신시장 개척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한국예탁결제원
지난달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취임한 유재훈(52) 신임 사장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6기 행정고시 출신인 유 사장은 그간 공직에 몸담았으며 대표적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금융공기업 예탁결제원은 증권을 예탁 관리하면서 매매거래에 따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으로 기관투자가(외국인투자자 포함)와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종합 관리한다. 이에 따라 변화와 도전보다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강조돼 왔다.

국내 유일 예탁결제기관인 만큼 무풍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비난도 있으나 증시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본사 부산 이전, 국제경쟁 심화 등 도전과제는 물론 최대주주인 한국거래소와의 관계 재정립, 내부적으로 일고 있는 공공기관 해제 요구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평생 부담될 관치금융 '모피아' 출신 꼬리표

유 사장은 외부초청 인사 없이 임직원들과 조용한 취임식을 진행했다. 본인의 소탈한 성격도 그렇거니와 모피아(재경부·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얽힌 낙하산 인사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같은 재경부 출신으로, 증권 유관기관 수장에 잇따라 모피아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다만 업무와 관련해서는 신속하면서도 적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SD 경영혁신 및 미래비전'을 수립해 내년 1월초 발표하겠다고 밝힌 유 사장은 정부가 지난 11일 제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을 염두에 두고 현재 경영혁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는 업무 파악이 미흡하다는 점을 거듭 언급하며 공개적 발언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하고 있다.

유 사장은 "그간 추진해 온 경영혁신을 한층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다"며 "방만경영 해소와 조직 재설계, 리스크 관리 강화라는 3대 목표를 설정,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주 예탁원 출입기자 동계 워크숍에서 외부적인 변화 요구에 대해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달 말 종무식 대신 타운홀 미팅을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간 누리고 있던 혜택들을 일시에 반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직원을 비롯한 노조 설득에 고초를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 해제를 요구하는 내부 움직임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부처와의 협의 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현재까지 유 사장은 공공기관 해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노조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 성장동력 확보·글로벌 강화 '핵심추진'

유 사장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적극적인 의견타진을 하고 있다. 아울러 IT 보안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그는 "현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 최고의 IT보안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구체적 미래비전으로 "예탁결제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업무 강화에 대해 우선적으로 힘을 쏟겠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글로벌 규범에 보다 적합하게 증권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증권정보의 부가가치 제고 및 결제시스템의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유 사장은 이에 첨언해 "금 현물시장 결제, 라우드펀딩 인프라는 물론 향후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퇴직연금·사모펀드·전자단기사채 관련 인프라 서비스 제공으로 예탁결제서비스의 외연을 확대하고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목표까지 설정했다.

또한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가 논의 주도하는 몽골·인도네시아 등 신시장 개척과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World Bank)와의 공동사업 추진 등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을 강화하겠다고 의중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내외부 평가 '아직은 긍정적'

업계는 물론 예탁원 안팎으로도 유 사장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아직 취임 초기라는 점을 고려, 섣부른 판단은 어려우나 전문성을 갖춘 금융위원회 출신인물이라는 점에서 노조는 일단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 사장 취임 이후 신임 사장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낸 대자보와 천막농성이 일제히 없어졌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정부 측에서는 유 사장이 오랜 기간 금융업계 몸담은 공직 출신의 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해 지속적인 신뢰감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의 공기업 방만경영에 칼을 빼든 만큼 최근까지 지속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는 응당한 전망이 나온다.

유 사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예탁결제원은 주무부처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KSD 경영혁신 및 미래비전'을 최종 확정한 후 대외에 발표하고, 향후 3년간 경영의 나침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아직까지 대내외에 보여준 이러한 모습 외에 정해진 3년 임기 동안 수장으로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관계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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