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최순실(60ㆍ구속기소)의 '악행'이 어디까지인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16일 한국일보는 "최순실이 자신의 땅을 사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조양호(67) 한진그룹 회장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끌어 내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5월 3일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조직위 측은 이날 오후 2시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등 긴급한 그룹 내 현안을 수습하기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고자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자금난을 겪던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기업 구조조정을 맡기는 자율협약 신청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조 회장이 ‘윗선’의 결정으로 사실상 경질됐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전날 체육계와 재계, 문화체육관광부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씨 측은 2014년 8월 조 회장이 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대한항공 측에 자신과 딸 정유라(20)씨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강원 평창군 일대 2필지의 땅을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2004년 최씨와 전 남편 정윤회(61)씨는 7대 3의 지분비율로 이 땅을 공동 소유하다가 2011년 정씨가 딸 유라씨에게 자신의 지분을 모두 증여했다.

최씨는 2009년부터 이곳에 유라씨를 위해 마장마술 연습시설을 짓다가 비용 문제로 2012년 그만뒀다. 매입 요구를 받은 대한항공 측은 제주 서귀포의 정석비행장과 제동목장 등 1,650만㎡의 부동산을 이미 소유하고 있어 평창 땅은 사업상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씨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체육계 관계자는 “최씨 측이 평창 땅 매입을 거부한 조 회장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던 중 조 회장이 평창 조직위에서도 계속 자신들이 이권을 챙기는데 방해가 되자 대통령을 통해 찍어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측은 올림픽 관련 수억원대의 터무니 없는 사업들을 제안했지만 대기업을 경영해 온 조 회장에 의해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3,000억원대 올림픽 개폐회식 시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스위스 스포츠 시설물 건설업체인 누슬리를 사업체로 선정하라는 청와대 측의 압박을 받았지만 조 회장은 사업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누슬리는 최씨 소유의 더블루K와 손잡은 회사다.

이후 위원장 교체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위원장 사임 이틀 전 조 회장은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장관과 갑작스럽게 면담 통보를 받았다. 이유 파악에 나선 조 회장은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김종 2차관 등이 조 회장을 위원장직에서 자르기로 했다”는 내용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5월 3일 조 회장을 만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이유는 나도 모른다”고 통보했고, 속사정을 알고 있던 그는 저항하지 않고 수긍했다.

이날 조 회장의 사퇴가 발표된 지 4시간 만인 오후 6시쯤 조직위는 이희범(6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미리 후임 인선까지 해놓고 사퇴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땅콩 회항’으로 알려진 조 회장의 딸 조현아(42)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월권 행위에 정부가 예상보다 강경한 조치를 내놔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 보니 최씨 측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16일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조양호 회장에게 강원도 평창 일대 2필지의 땅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거절 당하자 조 회장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렸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를 부인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은 당시 최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최씨 측으로부터 땅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최순실씨를 전혀 만난 적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