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하반기 공기업 조사대상에도 포함

▲ KT(대표 황창규)는 지난 7월 선보인 ‘올레 문자 고객센터’가 이용건수가 월 100만 건을 돌파했다고 13일 밝혔다.
[김민호 기자} 각종 비리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KT가 불공정행위로 협력업체의 상장 폐지로 몰아넣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하도급 업체는 KT의 일방적 주문 취소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상장 폐지되고 말았다.

최근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KT 황창규 회장이 또 한번 발목이 잡힌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문한 제품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발주를 취소한 KT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0억8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KT는 2010년 9월 애플사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가 삼성 갤럭시 탭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중소제조 업체인 엔스퍼트에 태블릿 PC인 K-PAD 20만대(510억원 상당)를 주문했다.

애플은 KT, 삼성은 SK텔레콤을 통신사로 정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엔스퍼트는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구글인증을 받은 업체로 저가 태블릿 PC를 통해 시장 선점을 꾀했다.

그러나 태블릿 PC 시장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시장에 출시한 K-PAD(3만대)의 판매가 부진하자 KT는 제품 하자 등을 이유로 발주를 미뤄오다 2011년 3월 나머지 물량 17만대에 대한 주문을 취소했다.

양사 간의 계약은 Pre-IOT→IOT→발주(PO)→납품검수→물품수령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 구매 계약이 끝난 상태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최종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IOT란 망연동테스트(Inter-Operability Test)로 통신망을 활용하는데 문제가 없는지를 시험하는 것을 가리킨다.

발주 이전까지는 통상 각각 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KT는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품질 등을 확인하는 Pre-IOT와 IOT 테스트에서 6개월 이상 시간을 끌며 발주를 지연했다.

특히, KT는 발주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태블릿 PC 17만대의 위탁계약을 무효화하는 조건으로 엔스퍼트에서 판매 중인 다른 제품 4만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주 지연과 재고 부실에 따라 엔스퍼트는 2010년 매출액이 374억원으로 전년(800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영업 부진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상장 폐지됐다.

공정위는 "KT의 이러한 행위는 하도급법 상 부당 발주취소에 해당한다"며 "엔스퍼트는 당시 사업상 K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모회사 인스프리트에도 KT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으므로 17만대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IT 분야에서는 원사업자들이 불명확한 검수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계속 변경하는 과정에서 수급사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같이 검수기준 미충족 등을 이유로 발주 자체를 취소하는 데 이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독점력을 이용한 공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에 대한 직권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민영화된 KT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유사한 불공정행위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퇴직 임원 회사를 거래 단계에 끼워 넣는 통행세 관행과 필수설비를 이용해 경쟁시장을 독점하는 행위,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합리적 사유로 발생한 공사대금 조정 거부 등이 중점 조사대상 행위로 지목됐다.

지난 2002년 민영화된 KT는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2009년부터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이 개척한 신시장을 잠식한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