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미국 금리인상 파고가 한국을 향하고 있다.

이미 들썩이기 시작한 국내 시중은행의 각종 대출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며 최대 158만 가구로 추정되는 빚에 허덕이는 한계가구는 더욱 삶이 어려워졌다. 또 이자도 못내는 3300개 한계기업 역시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국내 대출금리도 상승,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이달 미국의 금리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금융시장에 선반영됐다 하더라도, 앞으로가 문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를 보면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는 3회가 유력하다.

지난해 점도표가 올해 최대 4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실제 인상은 한번에 그쳤단 점을 감안하면 점도표의 신뢰도가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단 우려는 여전하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금리인상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며 "1억원을 빌린 경우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가 25만원 늘어나는 것이니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계속 오른다고 보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과 시설·운영 자금을 위한 기업대출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이너스통장 등의 가계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로 시행된다.

가계대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기준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34.6%에 그쳤다. 65.4%는 통상적으로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단 의미다.

11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529조4000억원)에 이 수치를 대입해보면, 346조2000억원이 금리 변동의 영향권 안에 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차주(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3조5000억원 늘어난다.

이러한 이자 부담의 확대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1분기 2금융권 대출자 중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26.9%였다.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대출자의 비중도 33.6%에 달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가처분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의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의 비중은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12.5%(134만 가구)였다. 일년 사이 4만 가구나 늘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 비중은 13.3%(143만 가구)로 늘어나고, 전체 금융부채에서 이들 가구가 보유한 비중도 29.1%에서 31.8%로 증가한다.

일각에서는 한계가구 비중을 최대 158만 가구로 보고 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자료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158만가구에 달한다

134만가구에서 최대 158만 가구에 예측되는 한계가구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소득심사 기준이 깐깐해지는 상황에서 미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대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규제가 강화한 영향으로 비은행권 대출과 신용대출이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며 "상환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안 그래도 대출 조건이 좋지 못한 업권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금리인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된다"고 짚었다.

금리상승은 저금리 시대에 부채로 명맥을 이어가던 한계기업에도 직격탄이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는 갚아야 할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3년 연속으로 지속한 기업을 뜻한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는 기업이다.

한은에 따르면 한계기업의 비중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14.7%(지난해 말 기준)로 나타났다. 숫자로 보면 작년말 현재 3278개에 달한다.

내년에도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뚜렷하지 않아 기업 경영 여건이 개선될 조짐은 없는데 이자 부담만 커지는 것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자만 갚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가 그만큼 오르면 당연히 힘들어진다"며 "경제가 계속 안 좋으니 지금보다 (한계기업이 처한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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