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캡쳐
[신소희 기자]경찰이 피의자 자살로 수사를 끝낸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6일 박근혜 대통령의 5촌인 박용철(당시 49세)씨가 북한산 등산로에서 흉기에 피살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당시 경찰은 박용철씨가 박 대통령의 다른 5촌 박용수(당시 51세)씨에게 살해당했고, 피의자였던 박용수씨는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수사가 매듭지어졌다.

사망한 박용철씨와 박용수씨는 각각 박무희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형)의 두 아들 박재석씨와 박재호씨의 아들로 사촌 지간, 박 대통령과는 5촌 관계다.

지난 16일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 방송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감을 썼다.

주진우 기자는 “17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을 다룬다고 합니다. 만감이 교차하네요. 시대가 변했구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 기자는 “제가 무서운 취재 참 많이 했습니다. 조폭, 국정원, 사이비 종교집단, 중국 삼합회에게도 쫓겨봤지요. 하지만 이 살인사건 취재 때보다 무서운 적은 없었어요. 쫓기고 또 쫓기고, 살해 협박도 예사로 당했지요”라며 “육영재단 폭력에 관여했던 한 조폭은 제게 손도끼를 지니고 다니라고 하더군요. 제 머리를 쇠망치로 노리고 있다면서 살해당한 분의 부인이 제 생명을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보도했지요. 기자니까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울러 주 기자는 “박근혜가 당선되자, 조폭 대신 검사들에게 쫓겼지요. 팩트에서 벗어난 게 하나도 없는데. 이상한 살인사건을 이상하다고 했는데 제게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죠. 수갑 차고, 유치장에 끌려가고 겨우겨우 무죄받고, 지금도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죠.(이건령 검사님, 미국연수도 다녀 오시고, 승진해서 잘 지내시더군요)”라고 말했다.

주 기자의 말처럼 세간에서는 사건을 둘러싼 각종 수상한 정황들, 피살된 박용철씨가 육영재단의 경영권 다툼에 깊숙하게 연루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살인 및 자살 사건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풍문이 파다했다.

당시 관련자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거나 입을 닫았고, 문제를 제기한 언론인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의혹은 유야무야 됐다.

하지만 근래 온 나라를 강타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 속에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증언이 다시 제기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보도 등으로 여론의 관심까지 크게 고조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재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대통령 5촌 박용철 살인사건…“기획자가 있다”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이날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작진은 두 사람을 아는 육영재단 관계자와 가족들을 찾았고, 이들은 "(박용철과 박용수가) 사이가 좋았다"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박용철 씨가 유도선수 출신으로 100kg이 넘는 거구였고 박용수 씨는 70kg 체구였다면서 박용철 씨의 몸에서 다량의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했다. 박용수 씨의 몸에서도 졸피뎀과 아직 녹지 않은 설사약도 발견됐는데, 범죄 분석 전문가들은 범행 전 수면유도제나 약을 먹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이 술을 먹었다고 알려진 스텝바라는 곳도 강남구청은 존재하지 않는 상호라고 알려왔다.

지난 5년 동안 언론을 피해왔던 박용철 씨 가족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게 걱정이었기 때문에 일단 묻어놓은 것이었다. 진실은 밝혀야 한다. 이건 틀림없이 억울한 죽음이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2006년 홀로 귀국한 박용철 씨는 당시 한나라당 경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경호하는 업무를 맡았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은 그 무렵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 약혼했다.

임대료 수입이 매년 20억이 넘고 부지만 해도 2조원에 가까운 육영재단을 둘러싼 박 대통령 남매 사이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이 제작진의 주장이다.

박용철 씨가 2007년 11월 28일 불거진 육영재단 폭력사태의 중심에 있었고, 박지만 회장의 측근이 신동욱 총재에게 위협을 가한 것에 대해 육영재단에서 밀려난 박용철 씨가 신동욱 총재에게 법정에서 유리한 증언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박용철 씨가 신동욱 총재를 중국에서 함정에 빠뜨리라는 지시가 담긴 누군가와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상이 잘 안 되면서 협상을 하러 간다고 한 다음 날 박용철 씨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용철 씨의 최측근이라고 밝힌 두바이에 머무르고 있는 한 남성은 2014년 9월 제작진에 박용철 씨가 박근혜 대통령 지인이었던 정윤회 씨로부터 증언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000만 달러를 받는 협상을 제시 받았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이 비선개입 논란을 불러온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 유출 경로 등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EG그룹 빌딩에 박지만(왼쪽) 회장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살인사건의 의문점

◇석연치 않은 사건 정황들…수면제 성분 검출·범행 전 소화제 복용

 사건 당시 박용철씨와 박용수씨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채무 관계도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 시신에는 수면제 성분이자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졸피뎀과 디아제팜이 검출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경찰은 이들이 사건 당일 2차례에 걸쳐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으나, 그들이 갔다는 술집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약물을 투여한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박용수씨 체내에서 발견된 녹지 않은 알약 1정과 그의 가방에 들어 있던 설사약병 또한 의혹을 키운다. 곧 자살할 사람이 설사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목매 숨진 시신에는 용변이 함께 발견된다.

더욱이 박용수씨는 저렴하게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을만한 곳을 알아보는 등 머잖아 세상을 등질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들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박용수씨에게 의도적으로 설사약을 투약한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유도 선수 출신의 거구로 몸무게가 100㎏을 넘던 박용철씨를 상대적으로 왜소한 박용수씨가 해쳤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박용수씨의 당시 몸무게는 70㎏에 불과했다. 또 알려진 대로 박용철씨가 만취 상태에 약물까지 취해 저항 불능 상태였다면 몸싸움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용수씨 시신의 긁힌 상처들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경찰은 이 사건의 주된 증거로 박용수씨가 남긴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절대 땅에 묻지 마세요'라고 적힌 유서와, 그가 범행 두달 전 구했다는 흉기를 제시했다. 그러나 유서의 필적은 대조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흉기에서는 박용수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청부살인 관련 법정 증인 출석 앞두고 피살…녹취록 있다던 휴대전화 사라져

 사건에 대한 의혹이 고조될 무렵, 배후로 지목된 사람은 박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이었다. 박용철씨는 육영재단의 소유권이 최종적으로 박 회장에게 돌아가는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육영재단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박 회장에 의한 청부살인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에 관한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출석을 앞둔 상황에서 돌연 피살됐다.

박 대통령의 여동생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2010년 육영재단 소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박 회장에 의한 청부살인 시도가 있었으며, 실제로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는 주장을 박 대통령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기했다.

세간에 알려진 신 총재의 주장은 "2007년 7월 중국 칭다오에 박용철씨와 함께 갔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는 것과 "육영재단은 박지만씨에 의해 폭력적으로 강탈됐으며, 사건에서 박지만씨는 허수아비 역할이었고 배후는 박 대통령의 주변 사람"이라는 내용 등이다.

이와 관련, 신 총재는 박 대통령과 박 회장에 의해 피소돼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용철씨는 피살 전 이 재판에 신 총재 측 핵심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됐었다. 박용철씨는 "누군가 신동욱을 함정에 빠뜨리라고 지시했던 녹음 내역이 내 휴대전화에 있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육영재단 소유권은 지난 1990년 박 대통령에게서 박근령씨에게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지만·박근령씨는 고문이던 최태민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힘을 합쳤다.

하지만 2007년 박근령씨가 신 총재와 약혼하면서 박 회장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신 총재에게 향후 육영재단 운영권과 재산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육영재단 소유권은 같은 해 11월 재단에 한센인과 용역 직원들이 들이닥치는 등 분란을 겪은 끝에 박 회장에게 귀속됐다. 이때 용역을 동원한 인물이 박용철씨로 알려져 있다. 박용철씨는 박 회장이 육영재단 소유권을 얻어 임시이사장이 된 이후 재단 소속 어린이회관 관장을 맡았다.

그러나 박용철씨는 이후 박 회장 측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했다고 주장해왔으며, 법정에 출석하기 직전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청부살인 관련 통화 내용이 담겼다던 휴대전화도 사라졌다.

중요한 증인이 돌연 피살되고, 핵심 증거까지 사라진 상황에서 결국 신 총재는 청부살인 시도를 입증할 수가 없었다. 신 총재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2012년 2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박용철씨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가 검찰에 제출됐으나 태블릿 PC만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에 최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개입돼 있다는 증언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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