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도급순위 10대 건설사 중 7개 건설사가 2017년도 분양 물량을 축소할 계획이다. 또 내년 전체 물량은 20% 줄어들 것이다“

이 같이 내년 주택 시장은 경기 침체 속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재해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가계 부채와 금리 인상 가능성, 주택 공급 과잉, 정부 규제 강화, 정국 혼란 등 악재가 켜켜이 쌓여있어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매 여력과 심리가 위축돼 주택 매매 가격이 약보합 또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세가격은 안정화할 것으로 에상하지만 개발·교통 호재나 이주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19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내년 주택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청약시장 규제를 강화한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시장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반이 차츰 안정을 찾아가지만 8·25 가계부채 대책 후속 조치 등 다양한 금융 규제 정책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집단대출 잔금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소득 증빙자료 강화, 비거치·분할상환, 금리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상환능력 평가 등이 골자다. 정부는 일반주택에 대해 올해 2월 수도권, 5월 지방으로 확대해 시행했지만 집단대출은 제외했다.

올해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시작으로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11·3 대책 이후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서울은 3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특히 강남3구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6주 연속 떨어져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세가격도 상승 폭이 둔화하며 안정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 8일 정책 모기지 개편안이 나왔고 9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돼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졌다. 내년 잔금 대출 규제까지 강화하면 주택 구입 여력은 크게 줄어든다. 이는 거래 축소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수요자는 분양을 아예 받지 않거나 중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택담보 인정 비율(LTV)과 총부채 상환 비율(DTI) 등 규제 완화도 내년 7월 종료한다. 정부는 2014년 8월 50~70%로 적용하던 LTV는 70%로, 50~60%인 DTI는 60%로 1년간 한시적으로 규제를 푼 뒤 지난해와 올해 한 차례씩 연장했다.

그간 주택시장을 떠받쳐 온 초저금리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은 이달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 세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예고했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자본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향후 인상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시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절반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 중 변동금리 비중이 60%에 이른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수요가 줄어 거래가 위축되고 집값이 떨어져 시장이 가라앉는다. 더 나아가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늘면 가계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져 한국 경제가 위태로워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 변동금리부 주담대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달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월에 비해 1%포인트 안팎 상승했다. 그만큼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1분기 안에 연 4%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이 곧바로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서서히 오를 가능성이 있고 금리 저점이 깨지면서 부동산 심리는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가계부채는 물론 주택시장과 수익형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택 공급 과잉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2년간 78만여 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내년 37만여 가구, 2018년 41만여 가구다. 내년만도 역대 최대치인 1999년 36만9541가구를 넘어선다. 입주 물량이 적었던 2012년 17만9031가구와 비교하면 배가 넘는다.

주택이 과잉 공급하면 집값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도권보다 지방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하락하면 전셋값도 떨어지고 지역에 따라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

정국 혼란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한 뒤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 등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은 저성장 기조 속에 주택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혼재해 거래량이 줄고 집값과 전셋값은 약보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국내 주택시장은 저금리 유동자금이 떠받치고 있던 측면이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그런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당장 금리가 급격히 오르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 부담이 커져 가처분 소득이 줄고 주택시장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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