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탄핵심판과 형사사건이 진행되면서 이들의 재판 대응 전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각종 요청과 이의제기로 헌재의 결정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최씨는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끝까지 물고늘어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또 최순실은 19일 법정에서 “대통령과 공모한 적이 없다”며 검찰이 문제 삼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오리발 전략을 내보였다.

◇박 대통령은 '시간 끌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또 다른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헌재의 검찰 수사 자료 요청이 위법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지 사흘 만이다. 이번에는 국회 소추위원단이 박 대통령 측 탄핵 답변서를 공개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사건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19일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 측 답변서가 국회에서 공개된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소송지휘요청서'를 접수했다. 답변서를 공개한 것이 형사소송법 위반이니 헌재가 이를 제지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헌재는 재판관 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 측의 요청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

헌재는 이미 지난 16일 받은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인단은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수사기록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이 헌재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한 바 있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절차에도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답변서를 통해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절차가 필요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씨 등에 대한 형사재판 결론이 난 뒤 헌재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지연 전략을 내보이기도 했다.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찾아 헌재의 발목을 잡으면서 최대한 탄핵심판 결정을 늦추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순실은 오리발 전략과 태블릿PC 증거능력 등 모조리 부인

박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최씨는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향후 재판 과정에서 끈질기게 문제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중고 태블릿PC를 들고 나왔다.

그는 중고 태블릿PC를 내보이며 "최씨가 검찰에 거의 매일 불려가서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는데 태블릿PC 실물을 보지 못했다"며 "할 수 없이 그 당시 태블릿PC 모델을 하나 중고 시장에서 사왔다"고 설명했다.

최씨 측은 이날 법정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공세적으로 문제 삼았다. 재판부에 태블릿PC 사실조회와 감정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태블릿PC는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무상기밀누설 혐의에 대한 증거자료로 최씨의 공소사실에 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씨 측은 그 안에 있는 200여건의 문건이 최씨의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있다.

태블릿PC 문제를 부각시켜 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줄곧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공격했다. 이만희 의원과 이완영 의원은 관련 증언에 대해 사전모의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완영 의원이 '태블릿PC는 고영태의 것으로 보이도록 하면서 JTBC가 절도한 것으로 하자'고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게 제의했고, 정 전 이사장이 이를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불거진 태블릿PC 문제는 박 대통령의 시간끌기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박 대통령의 전략 역시 형사사건에서 최씨를 유리한 위치에 서게 할 수 있다.

대부분 범행 혐의에서 공범 관계에 있었던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서로를 돕는 전략을 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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