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신소희 기자]"1월21일 최대 집결을 예상합니다. 그 이후 촛불집회 개최 여부는 주최 측이 아니라 온전히 국민들의 분노 정도에 달려있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에 나온 지 9주 차를 맞았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촛불집회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전히 매주 토요일 저녁 광화문 광장은 촛불로 가득차 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주축으로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염형철(48)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23일 인터뷰에서 "여전히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건 순전히 '집단지성'의 결과"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국민들이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사무총장은 "이전보다 참여 숫자가 줄었지만 부담감은 없다. 지금은 줄더라도 국민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광장에 나올 것이라 믿는다"며 "박한철 헌재 소장 임기 만료 및 설 연휴 직전 토요일인 다음달 21일 최대 규모로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 이후엔 우리보다 시민들의 분노 정도가 촛불집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1월 안에 끝을 봐야 국민이 원하는 대로 현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염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퇴진행동은 어떻게 발족됐나.

"1년 전부터 민중단체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를 구성했다. 여기에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1600여개 시민단체가 합류해서 퇴진행동이 발족됐다. 크게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비롯한 민중단체와 참여연대 및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모인 시민사회연대회의(염 사무총장은 2001년 출범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다) 두 축이 있다. 두 진영이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어떻게 구성돼있나.

"상황실장 5명, 상임위원 24명이 있다. 주요 의사 결정은 운영위원회를 통한다. 주 1회 열리며 60~70명이 참석한다. 회의는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과 내가 번갈아가며 주재한다. 회의에선 지난 촛불집회를 평가하고 새 행사를 준비한다. 워낙 많은 단체가 참여하다 보니 회의가 쉽진 않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한 번 회의를 하면 4~5시간 한다. 6시간을 넘긴 적도 있다."

-대표가 없나.

"참가단체들의 대표가 대표다. 그러다 보니 대표가 수천 명이다. 이제 대표 중의 대표로 40명 정도 선출하기로 얘기 중이다. 대외적으로 책임감 있게 대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표를 뽑는다는 건 촛불집회 장기화를 뜻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린 1월에 끝을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그게 사회가 원하는 것이고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1월21일(토요일) 최대 규모로 집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은 헌재소장 임기 만료 및 설 연휴 직전이 되는 시점이다. 그 때까지 집회 규모가 조금 줄어도 21일엔 굉장히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1월을 넘기면 우리보다 시민들의 분노가 촛불집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로 주말 촛불집회 9회차를 맞는다. 통상 어떻게 준비하나.

"상황마다 다른데, 일단 자유발언을 신청받는다. 한 회당 몇백 명이 신청하는데 사전에 사연을 듣고 기준에 맞는 발언자를 선정한다. 퇴진행동에서 구성한 발언 분야가 있다. 여기에 맞는 분들을 선정한다. 소수자를 배려하기도 한다. 무대 설치 등 집회 제반은 집회팀에서 준비한다."

-매주 가수 등 연예인이 출연하고 있다. 출연료를 지급하나.

"지금까지 단 한 푼도 공연비로 나가지 않았다. 모두 가수들의 기부로 이뤄진다. 집회에서 유일하게 지출하는 부분이 음향, 영상, 차량 등이다. 사실 퇴진행동 지출 대부분이 무대 관련 비용으로 나간다. 인건비도 전혀 지출한 바 없다."

-촛불집회 1회 개최에 얼마 정도 드나.

"규모에 따라 다르다. 서울에만 170만명이 모인 지난 3일엔 2억원 가까이 들었다. 규모가 작았던 지난주엔 7100만원이 들었다. 지금까지 총 11억원 정도를 지출했다."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현장 모금과 계좌 후원금을 받는다. 단체들이 수십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분담금을 내기도 한다. 현재 잔액이 몇천만원 정도 남아있다. 돈을 너무 많이 걷어도 문제이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론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다."

-탄핵안 가결 이후 집회 규모가 크게 축소할 것으로 점쳐졌는데 그렇지도 않다.

"순전히 집단지성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판단한 결과다.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이 그대로 있으니 위기감과 긴장감이 아직 있다는 생각이다. 헌재 결정을 앞두고 국민들이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시는 것 같다. 24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행사가 잘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십만명은 모이지 않을까."

-참가인원 숫자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다.

"이제 더 이상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처음 100만명 모여달라고 했을 땐 100만이 갖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 숫자고, 100만이면 국민이 거의 다 나왔다는 뜻이다. 국민의 뜻을 명확하게 보여주자는 의미로 100만을 말한 것이고, 그 이상의 숫자는 더 의미가 없다. 참가인원이 줄어도 국민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다시 광장으로 나오시리라는 믿음이 있다."

-일각에선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 퇴진 이외의 여러 주장과 요구가 나오는 등 촛불집회가 변질됐다는 시각도 있다.

"광장이 원래 그런 곳이라 생각한다. 광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어떤 주장을 갖고 온다고 해서 말릴 순 없다. 특히 이런 시국에선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자기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광장에 나올 텐데, 그러다 보니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엔 못 들어줬으니 이번에 들어주는 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보수단체 집회가 점점 광화문 인근으로 접근하는 양상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도발하려는 것 같은데,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미 우리가 폭력을 휘두르면 어떻게 이용될지 알고 있다. 그러니 집단으로 자제하고 돌출 행동들을 서로 통제하고 있다. 모든 참가자들이 유전자처럼 갖고 있는 부분이다. 경찰 등이 최소한의 역할만 해준다면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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