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 비상장사 통해 거액 '배당잔치'

재벌 총수 일가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비상장 계열사 통해 거액의 ‘배당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벌그룹의 비상장계열사가 오너들의 현금지급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재벌 총수들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순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명목으로 가져갔다.

일부 기업은 적자를 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대주주에게 배당을 상납하기도 했다.

비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배당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7명은 지난해 비상장 계열사에서 100억원 이상의 배당을 받았다.

▲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부영그룹 우정교육문화재단 2014년 1학기 유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이중근(왼쪽) 이사장이 장학생에게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부영 등 계열사에서 총 376억9300만원을 받아 배당부자 1위에 올랐다. 부영그룹은 전 계열사가 비상장사로 이 회장은 ㈜부영, 광영토건, 대화도시가스, 동광주택, 부영파이낸스 등에서 배당금을 받았다.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지난해 순이익이 7억7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 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인 배당성향 1303.3%에 이르렀는데, 상장사 배당성향이 통상 2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수치다.

이중근 회장에 이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교보생명에서 193억9000만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교원과 교원구몬에서 183억3800만원의 배당을 받아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I&C 등에서 135억4700만원을 받아 지난해(73억원)보다 두 배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챙겼다.

또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120억원), 박병구 모빌윤활유 회장(118억9100만원),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101억300만원) 등이 비상장사에서 100억원대의 배당을 받았다.

한편 적자를 내면서도 고배당을 지급한 비상장사도 있었다.

지난해 91억5000만원의 적자를 낸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각각 12억원과 1억6000만원을 배당했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 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는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는 비상장 계열사인 이노션으로부터 29억원을 받았고, 정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는 삼우로부터 34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삼우는 순이익 가운데 93.7%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비상장 계열사들의 이같은 거액 배당이 상장사 주주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총수 일가가 빼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 비상장사 대부분은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주력 계열사의 이익을 비상장사를 통해 총수일가가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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