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공개 청문회 마친 국조특위
[김승혜 기자] "어제 구치소에서 최순실의 사이코패스 연기를 90분 동안 바로 앞에서 목격했습니다.

말로는 종신형 살겠다면서 실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최순실에게 오기가 생겼습니다. '최순실을 청문회 증인으로 꼭 세우겠다'고요

방법은 단 한 가지! 국회의장이 모레 본회의에서 최순실 강제구인법을 직권상정하시면 됩니다. 하여 오늘 오후 의장님을 뵙고 직권상정 요청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방법은 단 한 가지! 국회의장이 모레 본회의에서 최순실 강제구인법을 직권상정하시면 됩니다. 하여 오늘 오후 의장님을 뵙고 직권상정 요청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26일 서울구치소 수감동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특위 비공개 청문회를 다녀온 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렇듯 최순실은 "종신형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서도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종신형 각오”, “우리 딸이 더 고통” 눈물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태의 장본인 최순실씨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소속 여야(與野) 의원들 앞에서 박 대통령 관련 질문에 대부분 침묵으로 답했다. 다만 자신과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나를 '최 원장'이라고 불렀고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나는 '의원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당신을 '시녀같이 심부름이나 하던 사람이고 자기와는 눈도 못 맞췄다'고 했다"고 한 의원이 말하자 고개를 들고 "그런 소리를 했어요? 나는 그런 얘길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의원들은 "최씨가 이 대목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줄 몰랐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다만 최 씨는 딸 정유라(20)씨 얘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복수의 여야(與野) 특위 위원이 밝혔다.

특위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씨가 가장 처음 눈물을 보인 것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질의 때였다. 손 의원은 첫 질문으로 최씨에게 "딸이 더 걱정되느냐, 손자가 더 걱정되느냐. 누구 때문에 더 걱정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최씨는 그때부터 울음을 터뜨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최씨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오열했다고 위원들은 전했다.

손 의원은 마지막 질문으로도 딸 정씨를 언급했다. "증인(최씨)이 많이 의지하고 살았던 정유라와 박근혜 대통령 두 사람 중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어렵겠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또 "딸이죠"라며 울었다고 한다.

최씨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정유라를 검찰이 잡아 국내로 들어오기 전에, 자진 귀국하도록 설득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는 이어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정씨 관련 질문에는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위원들이 전했다.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윤 의원의 언급에 최씨가 그동안 떨궜던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게 왜 부정 입학이냐. 우리 딸은 정당하게 (대학에) 들어갔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항의하는 듯한 발언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독일 생활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최씨는 "애(정유라)가 몸이 허해서 약을 싸들고 독일에 자주 갔던 것"이라며 "(딸과) 요즘 연락이 잘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의원들은 "최씨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딸 정씨 얘기에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朴대통령과 공모 부인

한편 최씨는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당신이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에서 출연금을 걷는 아이디어를 냈느냐'고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묻자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여러 사안에서 공모 관계로 기소됐는데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미르·K스포츠재단 부분이 박 대통령 아이디어라고 검찰에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묻자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하는 부분이 정호성 비서관에 의해 (진술) 돼 있어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과 공모해 기업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거둔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안다 모른다 차원이 아니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태블릿PC "전혀 모른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한 문서 파일 등이 담긴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했다. 최씨는 "나는 노트북을 사용한다"며 "2012년에 태블릿PC를 한 번 봤고, 그다음부터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줄 모른다"고 했다.

최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2014년 4월 16 일 일이 어떻게 기억나겠느냐"고 했다. 최씨는 자신이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에 삼성전자가 작년 8월부터 80억원가량을 송금하는 등 200억원가량 지원을 약속하는 계약을 맺은 혐의도 부인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씨는 '삼성에 지원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그럼 왜 삼성이 돈을 줬겠느냐'고 하자 '공소장을 보라'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했다.

삼성에서 16억원을 지원받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모(최순실) 지시로 세웠다"고 진술한 데 대해선 "(그 문제는) 검찰에서 답변했다"고 했다.

최씨는 청와대 출입 여부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거나 부정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최씨는 '매주 일요일 청와대에 들어가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했다는 증언이 있다'는 물음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씨가 청와대에 오면 돌아갈 때 김밥을 싸달라고 했다는 전직 청와대 조리장 증언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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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억원대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아니다"

최씨는 독일에 8000억원대 차명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독일에 재산이 정말 없느냐'고 의원들이 거듭 묻자 "한 푼도 없다"고 했다. 의원들이 '만약 8000억원이 발견되면 국가에서 몰수해도 되겠느냐'고 하자 "있으면 몰수하라"고 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씨가 전 남편인 정윤회씨와 1992년 독일에 '유베리'란 회사를 설립했다"며 "하지만 최씨는 이 회사에 대해서도 '모르는 회사'라고 딱 잡아뗐다"고 했다.

야당 일각에선 최씨가 지난 6월 미국 군수회사 록히드마틴 회장과 만나는 등 무기 도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최씨는 이날 '록히드마틴을 아느냐'는 의원들 질문에 "황당하다.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최씨는 '김영재 의원에서 160회에 걸쳐 7200만원어치 정도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느냐'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우병우 "모른다"

최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했다. 최씨의 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씨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와 같이 김 회장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증언했었다. 최씨는 또 차씨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최씨에게 추천하고, 최씨가 다시 이들을 대통령에게 소개해 임명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2시간 20분가량 질문이 끝나고 의원들이 돌아가며 최씨와 악수를 했는데, "그래도 살아야죠"란 한 의원의 말에 최씨는 울면서 청문회장을 나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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