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오는 5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첫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출석이 불투명해졌다.

이 때문에 당장 5일 탄핵심판 2차 변론 진행의 차질뿐 아니라, 앞으로 탄핵심판 증인들의 합법적인 불출석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강일원 재판관은 3차 준비절차에서 박 대통령의 대리인에게 “증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4일 "기본적인 문서송달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고 우편 송달이 안 되면 교부송달을 한다"며 "헌재 직원이 나가 교부송달을 진행 중인데 당사자가 부재중이어서 아직 송달이 안 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우편 송달을 했지만, 이들 모두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로 전달하지 못했고 이후 직원이 직접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증인신청서에 기재된 주소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취지다.

특히 이 전 비서관에게 출석요구서를 건네기 위해 신청서에 적힌 주소는 상가 건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헌재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도주 또는 잠적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일종의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첫 변론기일에 나오지 않아 심리를 사실상 무산시킨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이 일단 헌재 심리를 최대한 파행으로 몰고 간 뒤에 나중에 본인의 뜻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면 헌재가 공정치 못한 심리진행을 했다고 공격하는 전략을 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상 증인은 당사자인 박 대통령과 달리 출석을 강제할 수 있다. 출석을 통지받은 증인은 부득이하게 출석할 수 없으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헌재는 불출석 사유서에 밝힌 정당한 이유를 따져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구인영장을 발부해 강제구인할 수도 있다.

문제는 출석요구서 자체를 받지 않으면 출석의무가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이 같은 헌재법상의 맹점을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다른 헌재 관계자는 "국회 측이 낸 신청서에는 주소만 기재돼 있는데 국회 대리인단을 통해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를 확인해 송달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주변에선 안봉근·이재만도 ‘국민수배령’ 내려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증인신문이 예정된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지난 2일 우편으로 보낸 출석요구서가 청와대 동료 직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행정관 등은 현재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헌재 측은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측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관련한 수사기록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대해 검찰이 감정한 감정결과서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태블릿PC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히고 있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태블릿PC에 대한 실물 제출을 검찰에 요구하며 사실조회와 감정을 신청했다.

국회 측도 지난달 26일 검찰로부터 받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기록에서 빠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수사기록과 26일 이후 진행된 최씨 등의 재판에서 추가로 제기된 증거 등을 보내달라고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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