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덴마크 현지 수용시설에 일주일째 구금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가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검은 정 씨가 조건부 자진 귀국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씨 송환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마련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덴마크 당국의 강제추방을 제외하고는 정씨의 특검 수사기간 내 소환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팀은 계획대로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밟아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2월28일 1차 수사 기한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씨에 대한 조사 없이 결과물을 내놓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진 귀국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자진 귀국 의사와는 별개로 진행 중이던 절차들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씨는 이달 2일 덴마크 올보르지방법원에서 열린 구금연장 심리에서 "아이(19개월)와 함께 있게 해주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며 조건부 자진귀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날 밤 정씨가 이러한 의사를 철회하고 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뀐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 등에 관심이 쏠렸다.

특검은 정씨 측이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말하고 움직이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거론하기도 한다.

특검 관계자는 "정씨가 조건부 자진귀국 의사를 밝힌 것이나 변호인이 '자진 귀국하도록 얘기하겠다'고 한 것이나 이런 게 지금 와서 보면 완전히 계획적이고 준비된 발언이었던 것 같다"라며 "처음부터 자진귀국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씨가 현지에서 거액을 들여 '에이스급'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장기전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정씨는 구금연장이 결정되자 다른 변호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 채비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범죄인인도 청구서를 받은 덴마크 사법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께 송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이를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오는 10일께 예상되는 여권 무효화 역시 당사자가 거부할 법적 수단이 있어 시간이 소요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정씨가 타국에서의 장기간 구금 생활을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종국에는 자진귀국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우리는 국내에서 정씨를 송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다 취했다. 선택은 정씨가 하는 것"이라며 "국내 입국이 늦어질수록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권무효화 조치를 계속하면서 강제 추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외교부를 통해 덴마크 측과의 접촉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순실씨는 덴마크에서 구속된 딸 정유라(21)씨의 상황을 파악해달라고 국내 변호인에게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7일 "최씨를 구치소에서 접견하고 정씨 상황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며 "최씨는 일단 덴마크 쪽 변호사와 접촉을 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 변호사에게 정씨가 범죄인인도청구 결정이 날 경우 현지에 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송환을 거부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은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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