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포토라인에 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국민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수사기관에 나오는 것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조사 후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28께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최순실씨 일가 지원을 직접 지시했느냐' '본인의 범죄냐 삼성 임직원들의 범죄냐' '검찰 수사선상에 너무 많이 오르는 것 아닌가' 등 질문에는 답변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의 출석 현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단체의 시위도 이어졌으며, 돌발 상황에 대비해 다수의 경찰 병력도 배치됐다.

이날 삼성동 사옥은...

삼성 서초사옥에는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려진 듯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형사처벌 여부와 수위가 삼성그룹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전날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뇌물공여 피의자'로 지칭한 터라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조사에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은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끝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검찰과 특검 수사로 기업 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령탑의 유고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고 이 부회장까지 수감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삼성그룹은 일단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며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들을 놓치는 일이 나올 수 있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금세 외국 경쟁사들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삼성은 걱정하고 있다.

 
특검이 적시하는 이재용 혐의는...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는 대가로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그의 딸 정유라(21)씨, 미르· 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씨에 대한 지원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최씨를 지원해주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혜택을 받거나 요구했는지도 추궁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 비선실세 최씨 일가에 94억원이 넘는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경영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씨 일가에 각종 지원을 해주는 대신,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공단이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합병 전후인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하고, 찬성표를 주도한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을 만나면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연루된 문형표(61·구속)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이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종용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특검은 복지부 장관보다 '윗선'인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진수(58) 청와대 복지비서관 등도 이 문제와 관련해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삼성이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를 통해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35억원 상당을 지원하고, 말 구입비 명목으로 10억원하는 등 자금을 지원한 과정도 주요 수사대상이다. 삼성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의 지원금을 건넸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일기획 임대기(61) 사장과 김재열(48) 스포츠사업 총괄사장, 임 사장과 특혜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56·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이미 소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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