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아마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민은 '신당창당 하자니 뜻 펼치기 좋지만, 자금·시간 등 역부족이요, 바른정당 가자니 안보관은 맞는데, 호남 지지층 놓칠라 고민이요, 국민의당 가자니 지역통합 얻지만, 사드 등 안보 엇박자'가 아닐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나는 당이 없고 세력이 없어서 힘들다"며 설 연휴 이후 입당을 결정하겠다 입장을 밝히면서 반 전 총장이 어느 정당과 연대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이후 입당 방향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해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범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돼 온 반 전 총장은 당초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가능성이 낮아졌다. 반 전 총장도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이 멀쩡했으면 들어가서 경쟁도 하고 했을 텐데 둘로 쪼개져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권주자가 존재하는 만큼 민주당 행을 택할 가능성도 없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있는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과 손을 잡을 확률이 높다. 이 중에서도 특히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반바(반기문+바른정당) 연합'이 성립될지 주목된다.

현재 당 소속 의원 중 3분의 2가 3선 이상 중진의원들로 구성된 바른정당의 경우 반 전 총장이 입당해야지만 '원내 4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중진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오면 원내 2당 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대부분이 반 전 총장의 입당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 시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을 비롯해 친박색채가 덜한 의원들의 대거 탈당이 예상된다. 이 경우 바른정당은 국민의당(38석)을 넘어 원내 3당이 되는 것은 물론, 보수 적통을 놓고 신경전 중인 새누리당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바른정당의 한 축인 김무성 의원 역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오는 것은 물론이고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의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도 연대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친이계 인사들을 고리로 반 전 총장 측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 외에 반 전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국민의당이다. 비록 국민의당에서 반 전 총장과을 약한 강도로 비판하고는 있지만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른바 '반국(반기문+국민의당) 연합'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적잖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에 들어가 경선을 통해 안 전 대표를 쉽게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유력 경쟁자가 없고 이념적 성향도 비슷한 바른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외치는 건 정치교체다. 기존 정치 체제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대선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과는 어느정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반 전 총장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게 반기문 신당설이다. 반 전 총장이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를 한 뒤 이를 토대로 기존 정당인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방안이다. 선 독자신당, 후 기존 정당과의 연대 방법이다. 반 전 총장이 그리는 시나리오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봉하마을을 찾아 방명록에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서는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 말씀이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했고, 권 여사는 "나라의 귀중한 분이니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분향소에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과 팽목항을 찾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자들은 "쇼하지 말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18일에는 광주(光州) 국립 5· 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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