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친노 적자(嫡子)’ 경쟁을 벌이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정치권에선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현실주의 노선을 주목하고 있다. 안 지사는 같은 친노(親盧)·운동권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와는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정책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화와 타협', '안정적인 변화' 등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는 1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역대 모든 정권의 국민들이 합의했던 성과와 국정과제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며 "우리가 여태껏 보아왔던 '복수혈전(復讐血戰)'의 정권 교체가 안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 지사는 "박정희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낡은 시대의 국가 운영 체제로부터 벗어나겠다"면서도 세대 화합을 강조했다. "아래로는 '헬조선'과 '흙수저'에 시달리는 20대 자녀를 껴안고, 위로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산업화의 주역들 우리 부모님 세대를 잘 모시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해서도 '다음 정부 재검토' 혹은 '전면 철회'를 주장하는 야권 전반의 기류와 달리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된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사드 문제를 포함한 주요한 대외정책에 대해서 매우 안정된 국가적 단결을 호소한다"고 했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주장하는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 4대 재벌 개혁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전임 정부가 한 노력을 모두 '도루묵'으로 만드는 낙후된 정권 교체의 역사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촛불 집회' 과정에서도 그는 "대중의 분노로 작두를 타버리면 한 시대를 폭력의 시대로 만든다"며 '분노의 정치'와 거리를 뒀다.

현재 1순위 대선 주자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문 전 대표를 대체할 2순위 주자로서의 선호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4.9%가 이재명 성남시장을 꼽았다. 문 전 대표가 13.8%, 안 지사는 12.4%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의 같은 질문에서 5.5%을 보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뛰어 오르며 선두권에 진입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조사에선 15.3%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달 13.8%로 소폭 하락했고, 이 시장은 13.1%에서 14.9%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2순위 선호도에서 안 지사가 24.3%를 기록하며 이 시장(29.8%)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 37.9%로 문 전 대표의 대체자 지위를 확고히 했던 이 시장은 8.1%포인트 하락한 반면, 지난달 조사에서 13.7%에 머물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껑충 뛰어올라 문 전 대표를 대체할 후보로 부각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2순위 선호에서 각각 14.1%와 6.6%의 지지를 얻었지만 지난달 같은 조사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야권이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박 시장이나 이 시장이 문 전 대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실망한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안 지사에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본부장은 “안 지사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반(反)문 진영의 공격에 문 전 대표를 엄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자들의 호감을 상승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 전 대표가 흔들릴 경우 안 지사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 16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RDD(임의번호걸기) 면접조사로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 표집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10.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 참조하면 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