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변호인 전원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하면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심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26일 현재까지 집단 사임에 대한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전날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오는 3월 13일 이전에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내자 "중대 결심"을 거론하며 즉각 반발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권성동 위원장이 TV토론에 나와 2월 7일 이후에는 증인신문이 종결되고 3월 9일 전에는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저희로서는 법사위원장이란 자리가 헌법재판소 대부분 등에 관여하기에 (국회 측 신청을) 대부분 채택하는 결정을 해 박 대통령의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면 이것은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중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초강수를 뒀다.

이 변호사의 이같은 초강수 발언 배경은 헌법재판소법 제25조3항과 관련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당 조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변호사 강제주의' 조항으로 불리는 이 조항에 이 변호사의 발언을 그대로 적용하면, 대리인단 전원 사퇴로 탄핵심판 심리를 멈추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 측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기대했던 것으로 보이는 '지연' 전략이 제대로 먹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헌재도 '중대결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는 것은 일반인인 '사인'에 국한하는 것으로 탄핵심판에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라는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헌재법 제25조3항을 적용받는 '사인'에 해당하는지에 의견이 나뉜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진 바가 없어 탄핵심판과 관련한 선례는 없다.

학계 견해는 대통령도 사인에 포함이 된다는 뜻과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있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선례도 없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상황에서 헌재의 판단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헌재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탄핵심판 심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 재판에서도 필요적 변론사건이 아니더라도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준다"며 "탄핵심판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에게 헌재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재법 제70조에 따르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려는 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자력(資力)이 없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을 헌법소원심판 사건이 아닌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대리인단이 없어도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전직 헌법연구관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탄핵심판에 변호사 자격이 있는 대리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 애초부터 박 대통령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면 심리를 할 수 없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변호사 강제주의가 엄격히 적용된다고 해석하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탄핵소추 대상자에 대해서는 심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탄핵심판 본질과 안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대통령 측의 '중대 결심'이라는 초강수 발언도 헌재의 또 다른 '중대 결심'에 따라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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