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8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기일에는 대통령 대리인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 그리고 '물타기' 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최순실 씨 간 내연관계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진위여부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이날 <사랑과전쟁>이 되어버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대리인의 차은택 심문 내용을 소개하면

대리인 : 검찰에서 최순실과 고영태가 어떤 관계인가 묻자 내연관계였다고 했다.

차은택 : 그렇게 추측이 된다라고 말했다. 다 말씀 드렸고, 개인적으로 내가 느낄 때는 그렇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리인 : 고영태와 최순실이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데, 딱 붙어서 먹는 걸 보고 연인 사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차은택 : 그때 분위기가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처럼 안 보였고, 내가 느낀 감정은 연인이 아닌가 였다.

대리인 : 2014년 최순실이 화를 내면서, 고영태 집에 갔는데, 젊은 여자가 있어 누구냐고 묻자 여자도 최순실에게 누구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화가 나서 최순실에 고영태 집에 있던 돈 1억 원을 가져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 고영태와 최순실 양측 입장을 듣다보니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바람을 펴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추측하면서 내연관계라고 확신했나.

차은택 :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제 입으로 하지 않았다. 고영태가 나에게 눈물을 글썽이면서 '죽고 싶다'고 여러 번 했다. '도대체 왜 힘들어하느냐' 했을 때 뭔가 말을 하려 했는데, '몰라도 돼요' 그러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게 제가 봤을 때, 최순실이 고영태와 싸우고 헤어진 뒤, 이후 최순실이 고영태 집에 가서 그 광경을 보고 난 뒤, 완전히 헤어진 후. 고영태가 힘들어서 죽고 싶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최순실과 그런 관계인가 하고 생각하게 됐다.

대리인 : 최순실은 59년생이고, 고영태는 76년생이다. 내연 관계를 유지하는 게 돈 때문 아닌가 생각하나.

차은택 : 네. 근데 이게 잘못되면 위증이 되니, 내가 눈으로 본 게 아니라 그 당시 상황을 보고 검찰에서는 내가 느낀 생각을 이야기한 거다.

대리인 : 고영태와 최순실 관련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또다른 이유가 있나.

차은택 : 2014년 고영태를 만나 들은 것이다 그 전에서부터 최순실 부탁으로 고영태가 최순실 딸을 미행했다고 한다. 최순실이 자기 딸의 행태가 안 좋아서 부탁했다고 한다. 고영태는 자기가 미행까지 했었다면서 정말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미행은 아마 2012년이나 2013년인 듯싶다.

대리인 : 최순실은 2014년 5월에 이혼조정으로 이혼했다. 그러면 최순실은 그 전부터 고영태와 사귄거였나. 

차은택 : 그건 잘 모르겠다. 언제 이혼한지도 몰랐다. 그리고 고영태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싸운 모습을 보고 내가 판단한 거다.

대리인 : 고영태가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여자와 성관계하기가 힘들다고 한 것은 반대로 경제적 이득을 많이 취득했다고 봐도 되나.

차은택 :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진지는 모른다.

대리인 : 고영태에게 준 선물 시계를 최순실이 다 가져갔다는데 알고 있나.

차은택 : 노란 봉투에 시계 등 몇 개가 있었다. 시계는 유명브랜드였다.

대리인 : 무슨 브랜드인지 기억하나.

차은택 : 기억하지 못한다.

대리인 : 최순실이 고영태에게 집도 사주고 그랬나보다.

차은택 : 모르겠다.

대리인 : 최순실이 고영태를 위해서 펜싱장도 차려주고 어린이 퍼스널센터 차려주지 않았나.

차은택 : 전혀 몰랐다. 2014년 말 헤어진 이후, 최순실이 고영태를 만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더블루K에 고영태가 이사로 등록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결국 이날 대통령 변호인단은 고영태 전 이사의 검찰조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술책으로 최순실-고영태와의 관계를 <사랑과 전쟁>으로 몰아 헌법재판소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틀후, 25일 박 대통령은 한 보수 성향의 인터넷 TV와 인터뷰를 갖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이날 돌발인터뷰 또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용 여론전 일환이란 시각이다.

이날 인터뷰 중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적 의혹에 대한 정 주필과의 대화 내용이다. 대통령은 최순실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

정규재 : 정윤회 씨와의 밀애설도 나왔습니다.

벅군혜 : 품격 떨어지고 민망한 이야기입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정씨는 오래전에, 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다른 사정으로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그 이후에 만난 적이 없습니다. 사실에 근거가 없는 거짓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재 : 정씨와 다른 이유로 오래전에 떠났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밝힐 수 없습니까.

박근혜 :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정규재 : 최씨와 고영태 씨의 관계를 아십니까.

박근혜 : 고영태 씨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정규재와 인터뷰에서 ‘고영태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

다수의 언론을 통해 '최순실-고영태'의 관계는 전 남편 정윤회도 알고 ‘비밀조건’을 달고 합의이혼을 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6일 해외 교포신문 선데이저널은 '두 사람의 불륜관계, 朴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고영태 존재조차 몰랐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보도를 냈다.

매체는 "몰론 고영태가 의인(?)이라는 반론도 있다. 고 씨와 함께 이번 사건의 중요 제보자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차은택 전 단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부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검사) 심리로 열린 최 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사장과 직원 관계,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씨는 그러나 두 사람의 사이가 최씨와 박헌영 재단 과장, 류상영 더운트 부장과 같은 사장·직원 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차 전 단장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 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노 씨와 고영태 씨가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최 씨와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고, 노·고 씨가 최 씨에 대한 공격에 있어 ‘공조’를 취하고 있는 만큼 고 씨 입장을 거들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각관계 세 사람, 물고 물리는 관계로 발전

삼각관계였던 세 사람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됐다. 고 씨와 차 씨는 모든 책임을 최순실에게 떠넘기는 반면, 최 씨는 두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최 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미르는 차은택, K스포츠는 고영태가 중심”이라며 “이들은 직책은 없지만 자신의 측근을 재단의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최 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승마 외에는 문화·체육에 문외한”이라며 “최 씨는 차은택이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에 전달했을 뿐, 차 씨와 그의 지인들에 의해 미르 재단의 임원들이 작성됐다”고 말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도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차 씨가 전경련에 자신을 미르 재단 이사장으로 추천했다”며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차은택의 힘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이사장은 또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도 차 씨의 소개로 알게 됐다”며 “차 씨가 내게 전화해 김성현이 미르 사무부총장 직을 맡을 사람이고 설립 준비 과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는 모든 게 차은택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게도 책임을 돌렸다. 이경재 변호사는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 등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고 씨의 한국체육대학교 선후배”라며 “고영태가 (이들을) 추천해 전달한 것이고 (최씨는) 인사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영태는 더블루K의 상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오너였다”며 “최 씨를 이용해 설립자금 1억 빌린 후 갚지 않았고, 최 씨를 이용하기 위해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는) 미르나 K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았고 고 씨에 의해 이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 역시 비슷한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1월16일 오전 10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다섯 번째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는 국정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질문에 “저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저한테 물어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고 전 이사의 의상실 보증금을 내주지 않았냐는 질문에 “고영태의 진술은 진실이 아니라서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씨로부터 10대 대기업으로부터 30억씩 받아 재단을 설립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고 씨 증언에 대해 “완전 조작”이라고 부정했다. 이후 소추위원단 측이 “더블루K가 누구 회사냐”, “고 전 이사를 이사로 선임해 회사를 설립한 것이냐”고 묻자 “고영태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 더블루K에 대해 더 이상 진술하고 싶지 않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또 차 씨가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대기업 광고를 몰아받았다는 점에 대해선 “차씨가 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터지고 안 일”이라고 말했다. 소추위원단 측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구조가 거의 유사하다”고 추궁하자 “그런 식으로 일했으면 안 됐다. 차씨와 고 전 이사가 일을 그런 식으로 진행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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