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정월대보름이자 주말인 11일 박근혜 대통령 2월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물러설 수 없다!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이 특검 대면 조사를 미루면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킨다고 판단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헌재)에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0도 안팎의 추운 날씨였지만 70만명(주죄측 추산) 시민들의 박 대통령 조기 탄핵 열망까지 꺾지는 못했다. 정유년 새해 들어 가장 많은 인파다.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은 두꺼운 옷차림으로 추위에 대비했다. 이들은 한 손에 노란 풍선이나 촛불을 들고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직장인 김인(38)씨는 "2월 안으로 끝날 줄 알았던 탄핵심판이 3월까지 이어질 거라는 얘기를 듣고 아내와 함께 촛불집회에 나왔다"며 "박 대통령 탄핵이 신속하게 처리돼 나라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부 이모(32)씨는 "박 대통령이 특검 대면 수사를 미루는 것을 보고 탄핵 심판이 늦어질까 봐 걱정된다"면서 "늦어도 3월 초까지는 탄핵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힘을 보여주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전날 오후 3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과 서초동 삼성 본관, 서울중앙지법 앞을 지나는 행진을 마쳤다. 주말집회가 열린 이날은 국회 앞부터 광화문까지 15.7㎞를 걸었다.

본집회는 오후 6시부터 진행됐다. 퇴진행동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롯한 범죄집단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꼼수를 쓰고 특검을 음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월에는 박 대통령 없는 봄을 만들자"며 25일 전국에서 광화문으로 모여줄 것을 호소했다.

퇴진행동은 또 ▲박 대통령 즉각퇴진·2월탄핵, 특검연장 연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요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총수와 공범자 구속 ▲박근혜표 정책 폐기와 적폐청산 등을 촉구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과 특검수사의 연장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딸과 촛불집회에 나온 박모씨는 "나라팔자 국민팔자 답답하긴 마찬가지. 높은데서 있다보니 내려오기 아까우냐. 내려오기 힘들면은 사다리를 놓아줄까. 박근혜는 퇴진하라 부끄러워 못살겠다. 박근혜는 블랙아웃 박근혜를 구속하라. 얼굴에는 시술자국 그렇게도 젊고싶니. 새누리도 공범이다 반성하고 반성하라. 하나되는 대한민국 다음세대 물려주자. 잘들어라 탄핵이다 주말에는 잠좀자자. 국회에선 탄핵통과 헌재에선 탄핵인용, 추운날씨 고생하신 국민들께 응답하라"는 내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대학원생 민지홍씨는 "여기 모인 우리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지치고 지겨워한다면 특검은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쳐있는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촛불을 들자고 격려해 특검이 연장될 수 있도록 하자"고 청했다.

최근 불거진 '탄핵 기각설'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정치권도 광화문에 총집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나란히 자리해 촛불을 들었다.

본집회에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탄핵버스킹'을 진행하며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반드시 가결시켜야 한다"고 헌재에 신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가수 '뜨거운 감자' '레게스카올스타즈'의 공연도 이어졌다.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된 사전집회에서는 대학생노래패연합, 하이미스터메모리, 강허달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공연을 펼쳤다. 각계 단체들은 무대에 올라 18세 투표권 부여, 고용승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등을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풍선 모양으로 만든 '퇴진 보름달' 조명을 하늘로 띄우고 퇴진 소원으로 '박근혜 2월 탄핵'과 '박근혜 없는 봄맞이'를 빌었다.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는 소등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이들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와 촛불 파도로 진풍경을 연출했다.

행진은 오후 7시30분 청와대와 헌재 방면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차 행진은 청와대 방면 ▲청운동 주민센터 ▲자하문로16길 21 ▲126맨션 앞 등 세 코스로 진행됐다. 행진을 마친 대열은 율곡로에서 합류해 헌재 방면으로 2차 행진을 벌였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즉각 퇴진·구속, 황교안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와 나팔 불기 등으로 청와대를 압박했다. 헌재 방향 행진에서는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의 신속 탄핵'을 촉구하는 소원지 태우기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 탄핵반대 단체의 맞불집회도 이어졌다. 헌재의 2월 중 탄핵심판 선고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들은 전국 12개 지역 회원들을 총동원하는 등 촛불집회에 맞섰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12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매서운 날씨에도 노년과 장년층 참가자들은 두꺼운 겉옷과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무장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 부당 탄핵 ▲국정농단 증거조작 ▲언론의 거짓 선동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아니라 '고영태와 그 일당의 사기 사건'이라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또 '탄핵 기각', '특검 해체' 피켓을 든 채 "태극기가 이긴다"며 박 대통령 탄핵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대전, 대구, 부산 등 지역 회원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대거 상경해 21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오늘 촛불집회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온다고 하고, 민주당이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제 촛불집회는 정치집회, 정당집회, 민주당 당원집회"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도 무대에 올라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사심없고 부정부패를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했던 분"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고 노동 현장은 민주노총이 잡고 교육 현장은 전교조가 잡게 된다. 손자 손녀들이 이런 대한민국에서 살게 해서는 되겠는가"라고 외쳤다.

갵은당 김진태 의원은 "요즘 분위기가 바뀌었다. 판이 이미 뒤집어졌다. 국정농단을 한 것은 최서원(최순실)이 아니라 고영태"라며 "황 권한대행은 특검연장이 아니라 특검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도 무대에 올라 "200만명이 넘는 애국동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제가 태어난 이래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우리는 승리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이들은 오후 4시 대한문~을지로입구역~한국은행 앞~숭례문~염천교~중앙일보사앞~대한문 코스로 행진을 했다. 행진을 마친 뒤 2부 집회를 열고 자유발언 등을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촛불·맞불집회 등에 대비하기 위해 196개중대 1만56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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